주목받는 젊은 여성작가 강규의 장편소설『베두윈 찻집』이 출간되었다.
검정천막과 붉은 양탄자가 있는 사막의 찻집, 베두윈의 아이들이 맨발로 뛰어놀고 뚱뚱한 여인이 나와 차를 끓이는 곳, 신기루처럼 아득하고 머나먼 곳-베두윈 찻집! 거기, 텅 빈 사막 속의 찻집에서, 리비아 사막 쪽으로 저벅저벅 걸어간 남자, 추억을 불러오는 남자와의 간절한 사랑이 펼쳐진다......
장편『베두윈 찻집』은 단 한 번 생을 걸어도 좋은 사랑, 부패도 소멸도 없는 사랑, 갈 길이 없는 설화 같은 사랑을 찾아 이집트와 이스라엘의 황폐한 사막을 방황하는 서른 살 여성의 이야기이다. 아주 긴 서정시를 연상케하는 아름답고 감각적인 문체와 신비롭고 경이로운 이국 풍경이 어우러진 이 소설은 하염없는 사랑의 안타까움과 영원을 향해 간절히 손뻗는 존재의 쓸쓸함을 감동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 시대의 메마른 영혼에게 단물을 선사하듯 존재의 전부를 가득 채워줄 운명적 사랑을 서정적으로 담아내고 있는 장편『베두윈 찻집』은 달콤하고 황홀한 매력을 지닌 작품이다.
햇볕처럼 하늘에서 내려온, 섭리처럼 다가온 사랑!
여행사 가이드로 이집트 카이로에 체류중인 서른 살의 일영은 자신의 갇힌 생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어딘가 있을 저편의 생을 소망한다. 정착하기를 거부하며 사막의 운명에 자신의 운명을 맡기며 살아가는 베두윈족처럼 일영은 단 한 번 생을 걸어도 좋을 저편의 사랑을 찾아 햇볕과 모래만이 존재하는 사막의 길을 달리며 목마른 방황을 한다. 삼십대 후반의 나이에도 사랑이 없는 인생은 사막이라 투정하며 늘상 연애에 목말라 하고 마침내는 불륜의 사랑에까지 이르는 중국인 친구 류의 사랑법이 단지 외롭기 때문이라고 하더라도 일영에게는 이편의 사랑일 뿐 자신의 전존재를 걸 수 있는 사랑법은 아니다. 무슬림 남자 데미의 순수하고 지극한 사랑을 거부하는 것도 그 사랑에 무언가 꼭 하나가 모자라서이다. 일영이 선택하는 저편의 사랑은 어디서 어떻게 다가오는 것일까. 그것은 햇볕처럼 하늘에서 내려온, 섭리처럼 다가온 사랑이다. 쿠푸 왕의 무덤 앞에서 우연히 만난 남자 김우섭. 일영은 그에게서 불변하는 영원한 사랑, 부패도 소멸도 없는 사랑을 얻고자 한다. 그러나 그는 이미 결혼한 남자. 그들 사이에는 거부할 수 없는 도덕과 관습의 장애가 가로놓이게 된 것이다. 남은 무언가 하나를 채워줄 것 같은 남자 김우섭과의 사랑은 불가능의 사랑으로 다가온다. 소설 속에서 일영이 자신의 체험을 담은 글의 제목처럼 건널 수 없는 국경의 사랑인 것이다. 일영이 그토록 간절히 갈구한 사막 위에서의 단 한 번 생을 걸어도 좋은 사랑은 신기루처럼 멀리 물러서버린다.
사랑의 신기루-짧은 만남, 긴 헤어짐
강규의『베두윈 찻집』은 사랑의 신기루를 그린 작품이다. 영원히 붙잡을 수 없는, 그러나 바로 저 앞에서 우리를 유혹하는 사랑의 목마름을 이 소설은 아름답고 정제된 문체로 조형해낸다. 이집트와 이스라엘, 그리고 그 사이에 펼쳐진 사막과 바다, 이 이국적 배경을 무대로 삼고서, 소설은 세상의 깊고 깊은 심연 위를 건너는 남녀의 짧은 만남과 긴 헤어짐을, 아울러 그것이 낳은 애닯은 마음의 파장을 섬세하게 뒤따른다. 인간이란 영원으로 가는 순례자이며 삶이란 낯선 숙소를 전전하는 여행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가 바랄 수 있는 것은 그 막막한 순례-여행의 도중에 잠시 들려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베두윈 찻집 같은 것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은 우리로 하여금 잠깐 동안이나마 사막 같은 일상에서 풀려나 이 세상 저편을 꿈꾸게 한다.
-남진우(문학평론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