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 그리고 휴식의 몽상』은 다양하기 그지없는 문헌들, 특히 방대한 양의 문학작품을 읽으며 인간의 상상력 연구에 몰두한 상상력의 철학자 바슐라르의 중요 저술들 중 하나이다. 그는 인간의 상상력은 근본적으로 물질적이며, 그것은 ‘물, 불, 공기, 흙’의 네 가지 원소로 분류할 수 있다는, 이른바 ‘4원소설’을 주장했다. 이 네 가지 원소 중 특히 맨 마지막 ‘흙’에 관하여 두 권의 책을 펴냄으로써 각별히 비중 있는 연구를 펼쳐 보이고 있는데, 1947년에 출간된 『대지 그리고 의지의 몽상』과 이 책 『대지 그리고 휴식의 몽상』(1948)이 바로 그것이다.
바슐라르는 이미 『대지 그리고 의지의 몽상』 (1947)에 붙인 길고도 체계적인 서문에서 연구를 이원화하여야 할 필요성을 말하면서 곧 이어올 연구서, 즉 『대지 그리고 휴식의 몽상』 (1948)에 대한 종합적 전망을 제공하고 있다.
“우리 연구를 두 권의 책으로 나누기로 결심한 이유는, 정신분석학에 의해 외향과 내향으로 단호히 구별된 두 운동이 상당히 뚜렷하게 고유의 궤적을 가진다는 점을 연구 과정 중에 인정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첫 책에서는 상상력이 보다 외향적으로, 두번째 책에서는 보다 내향적으로 파악되고 있다. 첫 책에서는 물질에 대응 작용하도록 우리를 이끄는 능동적 몽상이 중점 추적되었다. 두번째 책에서는 몽상은 보다 보편적인 경향을 따라, 원초의 피난처로 우리를 이끌고 내밀성에 관련된 온갖 이미지에 가치를 부여하는 <내선(內旋) 궤도>를 따를 것이다. 그러니 두 책을 총괄하면 일과 휴식이라는 양짝의 균형이 이루어진다. (『대지 그리고 의지의 몽상』, 서론 4절)
사물들의 물질적 내밀성은 그 다양한 외관에도 불구하고 아주 특징적인 몽상을 불러일으킨다
그리하여 꿈꾸는 인간은 사물들의 한가운데로, 사물들의 물질 자체 속으로 들어가고 싶어한다
제1부에서 바슐라르는 우리가 사물의 내면에 대해 그려보는, 거듭 새로워지는 이미지들을 모아서 분류했다. 이때 상상력은 초월이라는 사명을 온전히 수행한다. 상상력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거나 실체적 속알갱이에 가 닿고 싶어한다.
제2부에서는 도피처에 관련된 중요 이미지들, 즉 집, 배(腹)동굴을 살핀다. 그 결과 심연 이미지들간의 동형 법칙을 간명하게 제시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동굴이라는 문학적 이미지들을 논한 뒤에는 무의식의 층인 ‘미궁’을 검토한다. 동굴은 휴식이다. 그러나 미궁은 몽상가에게 다시 운동을 충동한다.
제3부에서는 세 편의 소론을 모았다. ‘뱀’과 ‘뿌리’에 대한 앞부분의 두 소론은 미궁 속에서 꾸는 악몽의 역학성과 연결되기도 한다. 동물적 미궁이라 할 뱀과 식물적 미궁이라 할 뿌리와 더불어 우리는 비틀어진 운동을 보이는 역동적 이미지들을 만날 수 있다. ‘연금술사의 포도주와 포도나무’라는 마지막 장은 구체적 몽상이란 어떤 것인가, 더없이 다양한 가치를 구체화하는 몽상이란 무엇인가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