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대한민국 20대가 자신의 의식주 문제를 "주체적으로" 관찰한 1년 동안의 기록이다. 자신이 꿈꾸는 것이 아니라, 먹고·자고·입는 그런 구체적인 생활을, 그것을 겪어내는 심리적 고충과 함께 풀어낸 "생활에세이"다. 직업전선의 말단에서 온갖 잔심부름을 도맡은 돈 없고 빽 없는 20대가 가장 많이 거주하는 곳은 바로 "반지하방"과 "옥탑방"이다. 오직 이곳으로부터의 탈출만을 꿈꾸게 하는 열악한 이 "제3지대"는 "나만의 공간"이라는 점에서는 그지없이 소중한 최초의 선물이기도 하다. 이 책은 반지하방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한 20대 후반의 남자와, 옥탑방에서 서울생활을 만들어나가는 20대 중반의 여자가 각각 주인공이다.
시대를 바라보는 집요하리만치 열렬한 시선, 대담하고 날카로운 풍자로 새 작품을 발표할 때마다 우리 문단을 뜨겁게 달아오르게 만드는 시인 최영미의 새 산문집이 출간되었다. 유럽 미술 기행서 『시대의 우울』 이후 12년, 본격 미술에세이 『화가의 우연한 시선』 이후 7년 만에 새로 엮는 산문집이다.
아침안개가 낀 십이층 아래의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노라면 매번 수몰된 도시가 떠오른다. 까마득한 시절의 영화를 고스란히 품고 수몰되어버린 전설의 도시, 나와 꼭 닮은 전생의 내가 한번쯤 살았을 것 같은 비현실적인 도시. 혹은 이곳에 나를 버려두고 떠나버린 진짜의 내가 진짜의 삶과 진짜의 고통을 고요히, 고요하면서도 권태롭게 견디고 있을 것 같은 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