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태어나 1986년 성균관대 물리학과에 입학할 때까지 물리학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근본적인 학문이라는 데 추호의 의심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때는 시절도 정신상태도 모두 하수상했다. 이유는 잘 떠오르지 않지만 군을 제대하던 무렵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고 한 10여 년을 시와 살았다. 그러다가 시가 아닌 여자와 결혼했고 시가 아닌 여자를 하나 낳았다. 시에서 뜨거운 물이 빠지기 시작하면서부터 도서관에 가면 다시 400번 서가에서 많이 배회하기 시작했다. 어렵사리 서울을 떠난 후, 겨우 시집을 한 권 냈고 지금은 지방의 작은 도시에서 다시 세상의 근원을 찾는 활동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다. 아니 사실 노닥거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