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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대지
Terra amata
J.M.G. 르 클레지오
최수철
문학동네
2019년 3월 14일 발행
416쪽 | 128*188 | 양장
978-89-546-5546-0
장편소설
노벨문학상
정상
15,800원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르 클레지오
인간 존재와 언어에 대한 근원적 사유

청년 르 클레지오의 야심히 박동하는
감각적 묘사, 언어와 상상의 놀라운 기교


J. M. G. 르 클레지오 J. M. G. Le Clezio

2008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현대 프랑스 문단의 살아 있는 신화" 장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는 1940년 프랑스 니스에서 태어났다. 모리셔스 태생의 부모와 함께 다양한 문화가 교차하는 항구도시 니스와 나이지리아 등에서 유년기를 보낸 경험은 그의 삶과 글쓰기에 깊은 흔적을 남겨놓았다. 이후 니스, 엑상프로방스, 런던, 브리스톨 대학에서 수학했다. 1963년 스물셋의 나이에 첫 작품 『조서』로 르노도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했고, 『열병』 『홍수』 등의 작품을 통해 대도시 속에서 현대인이 느끼는 고독감과 물질문명에 희생되는 왜소한 인간 군상을 그려냈다.
초기 작품에서 현대 문명 속 인간의 불안을 주로 다루던 르 클레지오는 1967년부터 중남미를 비롯해 제3세계를 여행하면서 서양이 아닌 다른 문명으로 눈을 돌린다. 시원始原의 자연 속에서 훼손되지 않은 인간 본원의 감성을 발견하고, 자연과 어우러지는 삶을 추구하게 되었다. 이러한 사상적 변모는 작품세계의 변화로 이어지며, 아카데미 프랑세즈 폴 모랑 문학대상 수상작 『사막』을 비롯해 특유의 시적 서정성을 바탕삼아 『성스러운 세 도시』 『황금 물고기』 『하늘빛 사람들』 등의 작품을 집필했다. 문학으로서 세계 여러 문명의 소통과 공존을 모색하고자 하는 르 클레지오의 주요 작품으로는 『원무, 그 밖의 다양한 사건사고』 『우연』 『타오르는 마음』 『아프리카인』 『허기의 간주곡』 『라가?보이지 않는 대륙에 가까이 다가가기』 『발 이야기 그리고 또다른 상상』 등이 있다. 2009년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수훈했다.

옮긴이 최수철

1958년 춘천 출생.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8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소설 부문에 「맹점」이 당선된 후, 창작집 『공중누각』 『화두, 기록, 화석』 『내 정신의 그믐』 『분신들』 『모든 신포도 밑에는 여우가 있다』 『몽타주』 『갓길에서의 짧은 잠』 『포로들의 춤』, 장편소설 『고래뱃속에서』 『어느 무정부주의자의 사랑』 4부작, 『벽화 그리는 남자』 『불멸과 소멸』 『매미』 『페스트』 『침대』 『사랑은 게으름을 경멸한다』, 장편동화 『물음표가 느낌표에게』를 출간했다. 윤동주문학상(1988), 이상문학상(1993), 김유정문학상(2009), 김준성문학상(2010)을 수상했으며, 르 클레지오의 『황금 물고기』 『매혹』 『우연』 『타오르는 마음』을 우리말로 옮겼다. 한신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프롤로그 007
나 이 땅에 우연히 013
태어나서 025
삶을 시작하고 042
성장하고 054
그림에 빠져들기도 하는 중에 077
여러 낮이 지나갔고 084
여러 밤이 지나갔고 104
나는 또한 모든 놀이를 즐기고 120
사랑하고 132
행복해하고 161
모든 언어로 말하였으니 177
수화도 183
알아들을 수 없는 말도 195
혹은 당돌한 질문도 일삼으며 200
지옥과 다름없는 곳에서 207
아이를 낳고 237
침묵을 깨고자 하고 260
모든 진실을 전하고자 하며 269
무한한 의식의 세계를 살다 283
도주하고 327
이윽고 늙어서 334
죽었고 357
매장되었다 389
에필로그 397

옮긴이의 말: 시간과 공간의 드라마, 혹은 삶의 소용돌이 403
J. M. G. 르 클레지오 연보 411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르 클레지오
인간 존재와 언어에 대한 근원적인 사유

청년 르 클레지오의 야심이 박동하는

감각적 묘사
, 언어와 상상의 놀라운 기교 



한 소년이 지상에 태어나서 죽기까지, 그의 의식이 그를 둘러싼 모든 것을 향해 뻗어나가서 더듬거리고 파고들고 때로 부딪치기도 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소설. _옮긴이의 말
 
 
『사랑의 대지』는 J. M. G. 르 클레지오가 르노도상 수상작이자 데뷔작 『조서』(1963)와 현대 도시문명을 예지자적 시선으로 그려낸 『홍수』(1966)에 이어 1967년 발표한 세번째 장편소설이다. 에필로그와 프롤로그를 제외한 스물세 개의 장에 걸쳐, 소설은 샹슬라드라는 소년이 지상에 태어나 성장하고, 사랑하고, 모든 유희와 언어와 무한한 의식을 경험하고 죽음을 맞이하여 다시 고요 속으로 사라지기까지, 대지 위를 살아가는 인간의 거대한 서사를 아우른다. 따로 떨어뜨려놓고 보면 의미가 모호한 각 장의 제목들도 마침내 소설 전체를 관통하며 하나의 문장, 하나의 서사를 완성한다. 
‘카메라-펜’이라고 불리는 문체를 통해 르 클레지오는 때로는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매우 세세하게, 때로는 태초부터 197세기에 이르는 광막한 우주의 시선을 통해 과감하게 인간의 삶을 둘러싼 모든 것을 관찰하고 기록하며, 나아가 인간 존재와 언어에 대한 근원적인 사유와 통찰을 펼쳐 보인다. 문학 비평가 R. M. 알베레스는 르 클레지오가 『조서』부터 『사랑의 대지』에 이르는 초기작들에서 “삶의 근저를 이루는 내밀하고 막막한 감성을 표현”하였으며 “살아 있다는 감각의 기층을 이루는 극히 개인적인 고통과 즐거움이 한데 뒤얽힌 세계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독자는 이 소설 속에서 청년 시절 르 클레지오의 야심이 박동하는 감각적 묘사와 언어와 상상의 놀라운 기교, 그의 웅숭깊은 소설세계의 정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어느 날 시詩가 
한 여인의 배에서 태어나고, 성장하여
현실이라는 더욱 넓고 큰 
시 속으로 들어선다.” 
 
샹슬라드라는 소년이 지상에 태어난다. 그리고 그보다 조금 앞서, 세상을 관조하는 듯한 화자 ‘나’는 대지의 풍경에 대해 이야기한다. 한쪽엔 높은 산과 구릉, 다른 쪽엔 광막한 모래언덕이 펼쳐진 “말라붙은 흙과 자갈로 이루어진 벌판”. 이내 그 땅에는 수많은 생명이 스쳐지나간다. “수많은 남자와 여자들이 태어났다가 죽고, 도마뱀들이 구멍 속에서 잠들고, 벌레들이 붕붕거리고, 잎이 두꺼운 식물들과 먼지를 뒤집어쓴 작은 관목들이 땅에 뿌리를 박는 일이 끊임없이, 조금도 변함없이, 반복”된다. 대지는 “늙은 여인의 주름진 피부” 같은 모습으로, 수 세기에 걸쳐 “비에 씻기고 바람에 마모되”고, “혹한에 갈라져 터지고, 바다에 조금씩 침식되”며 다양한 자연현상에 수없이 모습을 바꾼다. 흡사 르 클레지오 버전의 「창세기」를 보는 듯한 대목이다. 그리고 그 수많은 자연현상에 관여하고, 생명을 꿈틀대게 만드는 태양에 대한 묘사도 이어진다. 
 
단단하고 울퉁불퉁한 지표면 위로 태양은 하늘에 박힌 괴상한 심연처럼 부글부글 끓고 있다. (…) 그 태양은 흡사 노려보는 듯한 타오르는 눈이다. 그것은 아무것도 이해하지 않는다. 그것은 아무것도 판단하지 않는다. 그렇다, 그것은 단지 하늘에 굳건하게 못박혀 있을 뿐이고, 땅으로 끊임없이 동심同心의 고리들을 보내오며, 그리하여 붉은색 수은주가 30도 정도를 가리키게 되는 것이다. 뜨거운 열기가 태양에서부터 방출되어 하늘의 구석구석으로 퍼져나가서, 그 에너지가 모래비처럼 모든 것을 가득 채운다. 혹독한, 이루 말할 수 없이 혹독한 태양의 에너지가 지상의 모든 벌어진 동공洞空 속에 자신의 입자들을 박아넣고, 모든 것을 마멸시키고 갉아내고 벗겨내는 것이다. (14쪽)
 
그는 태양뿐만 아니라 지상의 모든 생명에 이름을 부여하며 모래알 하나, 벌레 한 마리, 풀잎 하나하나까지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을 경탄어린 눈으로 바라본다. 그에게 생명을 품은 이 땅의 모든 존재는 한 편의 시와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망각하지 않으려는 노력이다. 그리고 “각각의 사물들과 동물들, 식물들에게 이름을 부여하고 난 뒤에는, 인간은 더이상 혼자가 아닐” 터이다. 또한 그는 모든 전투와 학살과 집단 탈출 등에 대한, 이 지구상에 벌어진 모든 역사를 기록해보려 노력하고, 마침내 한 인간, 삐뚤삐뚤한 글자로 서툴게 쓰여 있는 ‘샹슬라드’라는 이름 하나에 주목한다. 
 
 
산다는 것은 감격적이고도 기이한 일 
감정과 언어와 의식이 소용돌이치는 
하나의 완벽하고 아름다운 모험
 
어린 소년 상슬라드에게 세상은 아름다움과 경이로움, 무한한 가능성과 호기심으로 가득한 곳이다. 소년은 어느 날 시멘트 보도 위를 우글거리는 감자벌레들을 관찰한다. 때로는 그것들의 움직임 전체를 조망하고, 때로는 그중 한 마리를 잡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자세히 들여다본다. “지리멸렬하게 흩어져 오락가락하면서 각자 어떤 귀한 것을 찾아다니고, (…) 서로 부딪치고 몸을 비벼대면서도 전혀 지친 기색을 보이지 않”는 감자벌레들을 내려다보고 있으면 시간은 몇 시간이고 흘렀다. 그것은 그의 왕국이었다. 감자벌레들을 쇠격자와 성냥갑 안에 가두어놓으며 샹슬라드는 문득 자신이 감자벌레들에게 신과 같은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고, 폭군 혹은 절대군주처럼 군림하기도 한다. 어린 소년은 아직 어리석고 미성숙하기에 자신을 세상의 중심이라 여기며 그저 자신의 유희를 위해 다른 존재를 짓밟고 폭력을 휘두른다. 
 
샹슬라드는 자신이 만들어놓은 감옥을 가만히 살펴보았다. 쇠격자의 각 네모꼴 칸 속에서는 붉은색과 검은색 줄이 그어진 감자벌레의 등과 가는 다리들이 버둥거리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도시, 시멘트와 쇠로 이루어지고, 한결같은 창문들이 아파트의 밀폐된 작은 공간들로 나 있는 진짜 도시와도 같았다. (32쪽)
 
그러나 그는 생에 대한 예민한 감각을 잃지 않고 끊임없이 세상을 관찰하고 온몸으로 부딪히며 조금씩 성장한다. 그는 “자신을 감싸고서 힘껏 죄어들어오는 태양”의 열기를 느끼며 “몽환의 절벽 꼭대기”에서 자기 자신을 내려다본다. 그 순간 “붉은색과 검은색 바둑판무늬 수영복”을 걸친 그의 몸은 그가 어릴 적 관찰하던 감자벌레와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 
그리고 어린 소년은 아버지의 죽음을 경험한다. 죽음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는 소년의 눈에 “손수건을 코밑에 갖다대면서” 아버지가 누운 “침대 위로 몸을 굽히고는, 소곤거리면서 사라져버”리는 사람들의 동작은 우스꽝스럽다. 그는 아버지가 사람들을 속이는 코미디를 하고 있다고 여긴다. 그리고 마침내 떠날 시간이 되자 그는 남들 몰래 아버지의 팔을 꼬집어본다. 아무런 신음소리도 내지 않는 “침대 위 남자”의 반응에 샹슬라드는 놀란다. 그는 아버지의 장례식을 치르고 나서야 비로소 죽음이라는 개념에 대해, 그리고 인간의 삶이 유한함을 인식하게 된다. 
여러 낮과 여러 밤을 지나며 샹슬라드의 의식 세계는 더욱 깊어지고 확장된다. 그리고 그는 세상의 모든 놀이와 유희를 즐기며, 사랑하고 행복해하며, 아이를 낳고, 때때로 삶의 현존과 끔찍한 허무를 마주하고, 인간이 저지르는 전쟁과 살육에 대해 자각하고, 때때로 철학적 질문을 던지고, 마침내 자신을 겹겹이 둘러싼 거대한 세상을 깨닫는다. 
 
“내 말 들어봐. 어느 날 우리 할머니가 어떤 끔찍한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그 말은 정말 내게 고통스러웠어. 할머니는 여든이셨고, 나는 열두 살이던가 열세 살이던가 그랬는데, 할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셨어. ‘사람들은 깨닫지 못하지만, 삶이란 너무도 빨리 지나가버린단다.’ 그 말이 나를 너무 고통스럽게 했어. 뭐랄까, 너무 끔찍하게 느껴졌다고 할까?” (146쪽)
 
결국 확실한 것이라곤, 각각의 것들을 담아내는 끝없는 상자들의 연속뿐이었다. 즉, 침대는 방 속에, 방은 호텔 속에, 호텔은 마을 속에, 마을은 산천경개 속에, 산천경개는 지구 속에, 지구는 태양계 속에, 태양계는 은하성운 속에, 은하성운은 은하계 속에, 은하계는 우주 속에, 우주는 우주 속에, 우주는 우주 속에, 그리고 다시 우주는 우주 속에 담겨 있는 것이었다. (160쪽)
 
 
언어에 대한 근원적인 사유와
소설 형식상의 미학적 모험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전지적인 시점은 샹슬라드의 생애의 결정적인 순간을 포착해내며 일상을 세세하게 묘사한다. 그리고 소설 중반에 이르러 샹슬라드는 인간이 가진 모든 언어를 말하고 이해하고자 하는 야심을 드러낸다. 세상의 모든 언어로 끊임없이 세상과 소통하고자 하는 르 클레지오의 작가적 욕망을 대변하는 듯하다. 식물 잎사귀에 새겨넣은 글자, 자음과 모음을 바꾼 자신만의 암호문, 누트카 인디언의 몸짓 등 세상에는 수많은 언어가 존재했다. 그리고 그는 바람소리, 어슴푸레한 달무리, 잔잔한 바다 위에서도 자연의 언어를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어느 날 언덕 위로 올라간 샹슬라드는 회중전등을 깜빡이며 침묵 속에서 말을 하기 시작한다. 이 말들은 두 페이지에 걸쳐 모스부호처럼 그려지는가 하면, 또다른 장에는 수화를 나누는 두 사람의 손짓 묘사를 다섯 페이지에 걸쳐 대화문처럼 구성해놓기도 하고, 소설의 한 장 전체가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지의 어휘와 문장들의 연속으로 이루어진 부분도 있다. 독자들은 이 언어들을 해석할 수는 없으나, 형식상의 실험을 통해 언어에 대한 새롭고 낯선 감각을 그대로 전달하고자 한 작가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 
 
 
“일상적인 현실과 의식의 세계를 날과 올로 삼아 
인간성에 대한 새롭고도 섬뜩한 진실을 재구성하는 
더할 나위 없이 섬세하면서도 혁신적인 감수성.” _옮긴이의 말
 
샹슬라드라는 한 인간의 생애의 결정적인 순간들을 포착해내면서도 인간 존재의 삶 전체를 조망하고, 나아가 인간의 언어와 인간이 속한 대지, 그 대지가 속한 우주까지 르 클레지오의 사유는 뻗어나간다. 그리고 샹슬라드의 삶을 그린 스물세 개의 장을 담아내는 상자처럼 소설 앞뒤에 배치된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서 작가의 전지적인 시점이 더욱 빛난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서 작가는 이 책을 손에 쥔 독자의 행동을 꿰뚫어보듯 묘사하고, 소설을 읽는 행위와 의미, 책이라는 물질에 대해서도 서술한다. 그리고 책 한 권에 인간과 우주를 모두 담아내려는 자신의 노력을 무화해버리듯, 그는 진정한 이야기는 책 밖 세상에 있다고 전한다. 
옮긴이 최수철은 작가의 또다른 대표작 『황금 물고기』의 옮긴이의 말에서 “르 클레지오의 작품세계를 관통하는 한 가지 공통점은 삶의 매 순간 잠재해 있는 아름다움과 진실을 찾아나서는 예술가적 모험”이라고 이야기했다. 르 클레지오는 『사랑의 대지』를 통해 우주 속의 대지, 그 대지 안의 작은 방, 방 안의 책 한 권에 갇히기보다 거대한 우주 속 인간의 유한한 속성을 깨닫고, 삶 속에서 진정한 시와 아름다움을 발견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리고 그러한 삶의 진리를 망각하지 않도록 온 생을 다해 애써야 한다고, 그리하여 “진정으로 살아 있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르 클레지오는 작품을 통해 말하는 듯하다. 
 
덮인 책, 아마도 거의 덮인 책 위에서 세상은 파도처럼 끊임없이 부서지고 닳아간다. 따지고 보면, 책 속의 것들은 바깥의 것들보다 덜 중요하다. 한평생에서 하루의 독서가 무슨 의미겠는가? 세상을 뒤덮고 있는 그 무수한, 괴발개발 쓰인 글귀들 속에서 한 줄의 글이 무슨 의미겠는가? 하나의 단어, 하나의 태양, 하나의 문화가 있는 것이 아니다. 도처에 수백만의 사물들이 있다. 어느 곳에든, 이를테면 당신의 시선의 닿는 곳에도 시가 있지 않은가? (40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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