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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거리 - (일러스트레이터의 눈에 비친 그곳, 보통 사람들)
정인하
아트북스
2018년 10월 30일 발행
216쪽 | 128*182 | 무선
978-89-6196-340-4
정상
14,000원

적당한 거리에서 바라본, 평범하지만 마음을 끄는 사람들

중절모를 눌러쓰고 단정한 차림으로 외출하는 할아버지, 대파 봉지를 든 할머니, 잠시 차에서 내려 쉬는 택시기사 아저씨… 책은 복잡한 대도시 변두리 카페에서 매일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을 관찰하고 그 모습을 그림으로 남긴 일러스트레이터 정인하의 첫 그림에세이다. 책에는 5년 동안 지은이가 그리고 쓴 그림과 글 가운데 특히 마음 가는 것들을 모아 실었다. 비슷한 듯 모두 다른 평범한 사람들을 기록한 지은이는 "사람이 모두 다르다는 것, 그 당연한 이치에 안도감을 느낀다"고 고백한다. "기―승―전―그림" 이야기로 매듭짓는 지은이의 그림과 함께하는 삶을 엿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일러스트레이터. 걷고, 천천히 바라보고, 그림을 그린다. 
그림을 좋아하고 책을 좋아해서 그림이 들어간 책을 만드는 사람이 되었다. 주로 어린이 그림책 작업을 하고 있으며 잡지와 사보, 표지에도 그림을 그리고 있다. 쓰고 그린 책으로는 『밥.춤』 『요리요리 ㄱㄴㄷ』이 있다. 개인작업물을 모아 『부드러운 거리』 『두부와 그림』 『수수한 순간』 등 독립출판물을 만들기도 했다. 담백하고 아름다운 그림을 오래도록 그리고 싶다.
 
인스타그램 @drawing_summer
블로그 jeykiki.blog.me
 
프롤로그
부드러운 거리

지나가는 평범한 사람들을 기록한 일러스트레이터의 노트
동네 | 택시 아저씨 | 걷는 사람들
오늘도 신림동 | 낮술 아저씨 | 군밤 아저씨
아마도 제비 아저씨 | 오래된 신도시 | 겨울 사람들
굳이 멀리 나가지 않아도 | 이상한 포즈 | 간판을 보며 걷는다

지나가는 평범한 사람들을 기록한 일러스트레이터의 노트
노인을 바라본다 | 마트에서 | 하얀 사람
뽀글뽀글 | 네모난 몸 | 하이웨이스트
봉다리에는 오렌지 두 개 | 자전거 사람 | 여름 양산
여름 사람들 | 여름의 비 | 빵을 고르는 시간
옷 이야기 | 빵 사람 | 장바구니 옆에는 아주머니
패션의 완성은 대파 | 달걀을 든 사람 | 두 사람 | 살짝 잡은 손

지나가는 평범한 사람들을 기록한 일러스트레이터의 노트
夏夏夏 | 읽는 사람 | 태양을 피하고 싶었어
길에서 먹는 사람 |수박 쉬는 중 | 도토리 수집가
미세먼지와 바람 | 녹차 호떡 | 롱패딩
목도리 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날씨 | 오징어 룩 | 봄 산책
春春春 | 동물 이야기 | 행복한 강아지 산책
풍경 그림 | 정치인 아저씨 | 좋아하는 곳에서 살고 싶습니다
좋아하는 색이 뭐야? | 수영장에서 | 하얀 강아지 아주머니 | 여행의 기록

지나가는 평범한 사람들을 기록한 일러스트레이터의 노트
나를 닮은 그림 | 수수한 사람 | 깔맞춘 사람
어쩌다보니 일러스트레이터 |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 | 몸에 좋은 그림
엉덩이와 눈이 마주쳤다 | 모든 사람을 그릴 수는 없지만 | 수상한 아저씨
애써 괴로워하지 말자 | 빈둥거리는 사람 | 휴대폰 | 시무룩한 표정
일상을 기록할 수밖에 없다

부드러운 사람들

적당한 거리에서 바라본,
평범하지만 마음을 끄는 사람들 

사람 사이도 바람이 드나들 만큼의 여유가 필요하다고 했던가. 가족, 친구, 연인을 비롯한 모든 인간관계가 건강하게 유지되기 위해서는 애정 다음으로 적당한 거리감이 존재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거리를 두고 낯설게 바라본다는 건 닿거나 스치는 관계가 지나치게 뻣뻣하거나 억세지는 않은지, 서로에게 알맞은 온도인지를 가늠하는 좋은 방법이다. 이로써 관계의 부드러운 균형감을 잃지 않을 수 있다.


일러스트레이터 정인하가 그리고 쓴
부드러운 거리의 의미도 바로 그런 일상의 적당한 거리감에서 비롯한다. “적당한 거리에서 보면 사람들은 귀엽다라고 한 지은이의 말처럼 북적대는 대도시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곳에서 관찰하고 기록한 책에는 평범해서 더 마음을 끄는 우리네 사는 이야기와 모습이 담담하고 담백하게 담겨 있다. 


평범해서 아름다운 사람들


어릴 때는 크고 반짝이는 눈을 가진 공주님을
, 조금 자라서는 화장품 가게에서 나눠주는 무가지 속 사람들을,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는 패션, 라이프스타일 잡지에 등장하는 세련된 모델들을 그렸다. 스펀지처럼 이미지를 흡수하고 손끝으로 그 새로움을 재현하던 작가의 노트에 어느 순간부터인가 길 가는 아저씨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패션지 등 다양한 매체에서 그림을 그리던 일러스트레이터가 최신 유행의, 엣지 있는드로잉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최신 유행의 모델은 몇 개월만 지나도 지난 것이 되었다. 서점의 매대에 당당히 쌓여 있던 머스트 해브가 얼마 뒤에 보면 묘하게 생기를 잃고 그곳에는 또다른 머스트 해브가 자리를 차지했다. (……) 나는 언젠가부터 유행에 민감한’ ‘진취적인’ ‘화려한’ ‘도시적인’ ‘핫한따위의 수식어에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169~170) 


화려하게 꾸민 멋진 모델들 대신 중절모를 눌러쓰고 단정한 차림으로 외출하는 할아버지
, 대파 봉지를 든 할머니, 잠시 차에서 내려 쉬는 택시기사 아저씨에게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는 지은이. 그들의 모습이야말로 자신이 살아가는 일상적인 공기와 맞닿아 있음을, 그리고 그것이 삶을 살아가는 데 조금 더 유의미하게 다가온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하여 지은이는 복잡한 대도시 변두리 카페에서 매일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을 관찰하고 그 모습을 그림으로 남겼다. 부드러운 거리는 그렇게 일상에서 오가며 마주치는 사람들을 관찰하고 기록한 일러스트레이터 정인하의 첫 그림에세이다.  

오늘도 사람들을 바라본다. 사람들은, 비슷한 듯 모두 다르다. 횡단보도에서 녹색 신호를 기다리며 서 있는 잠깐 동안도 자세와 고개의 각도와 표정이 저마다 다르다. 입고 있는 옷도 체형도, 풍기는 분위기도 다르다.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조금 떨어진 곳에서 바라보고 그리며 새삼 느낀다. 당연하지만 성격도 가족도 사연도 다 다를 테지. 세상에 같은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사람이 모두 다르다는 것. 그런 당연한 이치에 어쩐지 안도감을 느낀다.” (22~23) 


지나가는 평범한 사람들을 기록한 일러스트레이터의 노트
 

그림이야기로 매듭짓는 지은이의 그림과 함께하는 생활을 엿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외출할 때마다 B6사이즈의 블랙 하드커버 노트를 들고 다니면서 떠오르는 생각들을 적고 때로는 긴 일기를 쓰기도 한다는 일러스트레이터 정인하. “그리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드로잉 하고읽고 있는 책이나 재미있었던 대화의 한 조각, SNS에서 본 인상적인 구절을 옮겨 적기도 한다. 지은이가 들고 다니는 드로잉 노트는 세상 어느 곳보다 자유롭고 부담 없는 내 마음대로의 공간인 셈이다. 그렇게 그리고 쓴 노트가 어느새 66권이 되었다. 책에는 그중 특히 마음 가는 글과 그림을 모아 실었다.  


매일 비슷비슷한 일상을 사는 것 같지만, 실은 어제가 다르고 오늘이 다르다고 말하는 지은이는 그림도 마찬가지라고 힘주어 말한다. 비록 매일 그리는 그림이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고, 매번 비슷하다고 느껴져 실망스럽거나 의기소침해질 때도 있지만, 그 그림들도 지나고 보면 달라져 있음을 느낀다. 그래서 그때그때 그릴 수 있는 것들을 꾸준히 그리고 기록하려고 노력한다. 그런 지은이에게 그림은 돌아보면 어느새 변해 있을 일상을 조금 더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소중히 여기며 살고 싶은바람의 기록이다. 지은이의 바람이 가득 스며든 책을 펼치면 평소 무심히 지나다니는 장소, 우리의 생활이 머무는 그곳을 느릿느릿 산책하며 평범하지만 아름다운 것들을 발견하고픈 마음이 움틀 것이다. 약간의 거리감, 그 사이를 오가는 사람들, 일상의 재미를 찾아내는 기쁨책에는 그런 사소한 즐거움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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