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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에 없던 사람에게도 - (걸어본다 16 베를린)
한은형
난다
2018년 4월 26일 발행
반양장본 | 236쪽 | 210*138mm
979-11-88862-10-8
산문집/비소설
정상
14,000원

난다의 >걸어본다<16 베를린
『베를린에 없던 사람에게도』

2016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관하는 해외레지던스 사업 가운데 "베를린" 파견 작가로 선정되어 근 석 달을 그곳에서 보내게 된 한은형 작가는 비교적 좁고 상대적으로 깊은 90일 간의 베를린 나들이를 하고 온 듯합니다. 여정의 범위가 넓지 않고 나날의 에피소드가 복잡다단하지 않았으며 무엇보다 여행지에서라면 시끌벅적 떠들썩하게 섞일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말소리가 거의 뒤엉키지 않았다 싶었거든요. 이는 2G폰으로도 부족함 없이 잘살아온 작가의 스타일이, "상식적이지 않고, 모험심이 별로 없다. 그런 것과는 가장 거리가 멀다고도 할 수 있다. "했던 것을 다시 한다, 그리고 또다시 한다"가 나의 행동 방식에 가깝다"라고 자평한 작가의 성격이 어느 정도 반영된 결과라 하겠지요.
『베를린에 없던 사람에게도』는 에필로그를 포함하여 총 스무 개의 챕터로 이루어진 책입니다. 묘하게 사람을 끄는 것이요, 어떤 책이든 어떤 인물이든 어떤 풍경이든 어떤 음식이든 어떤 전시든 베를린에서의 한은형 작가는 무조건적인 감탄을 넘어선 감격을 잘 들키지 않는 거예요. 그러니까 늘 적당한 "거리"를 두고 그 멀어진 만큼, 그 벌어진 만큼 대신 제 사유들을 그 자리만큼 넉넉히 채우는 사람인 거예요. 작가는 이 거리를 일컬어 자기 검열이라는 표현을 쓴 것도 같아요. 일견 자신에게 아주 가혹할 만큼 인정을 주지 않는 사람이란 걸 팁으로 알고 보시면 책이 더 친근하게 읽힐 지도요.
한은형

1979년생.
2012년 소설가가 되었다.
2015년 소설집 『어느 긴 여름의 너구리』와 장편소설 『거짓말』을 냈다.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다.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것은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내가 할 수 없는 종류의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외국 여행은 더. 그러다 2007년 분주하지 않은 방식으로 첫번째 외국 여행을 했다. 뮌스터, 카셀, 뒤셀도르프, 베니스에 머물렀다. 2011년 파리에 스튜디오를 빌려 한 달을 살면서 "사는 여행"에 눈을 떴다. 2016년 석 달을 베를린에 살았다.
모스크바, 파리, 베를린 - 7
디지털 디재스터 - 16
베를린 동물원과 스툴볼 - 29
탈출하는 동물들 - 39
파벡 스트라세 7번지 - 48
미스터 하이 라이프 - 59
마르크스 동상으로부터 - 71
베를린 일기 - 83
비스마르크식 청어 - 93
베타니엔 갤러리 - 104
롤플레잉 - 117
나의 토마스 만 - 129
나무와 무당벌레와 숙녀 - 143
브란덴부르크 공항과 드레스덴 - 155
나치의 벙커였던 건물에서 - 168
소호하우스 베를린 - 180
베를린에서의 문화생활 - 195
로자 룩셈부르크 광장 - 210
베를린 리포트 - 218

에필로그 - 231
책 소개
 
난다의 >걸어본다<16 베를린
베를린에 없던 사람에게도
 
난다의 걸어본다 열여섯번째 이야기 베를린에 없던 사람에게도를 펴냅니다. 2012문학동네신인상을 통해 등단하고, 2015년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은형의 첫번째 산문집이기도 합니다. 제목이 힌트가 되듯 이번 걸어본다의 주된 발걸음은 베를린을 기점으로 하고 있다지요.
2016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관하는 해외레지던스 사업 가운데 베를린파견 작가로 선정되어 근 석 달을 그곳에서 보내게 된 한은형 작가는 비교적 좁고 상대적으로 깊은 90일 간의 베를린 나들이를 하고 온 듯합니다. 여정의 범위가 넓지 않고 나날의 에피소드가 복잡다단하지 않았으며 무엇보다 여행지에서라면 시끌벅적 떠들썩하게 섞일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말소리가 거의 뒤엉키지 않았다 싶었거든요. 이는 2G폰으로도 부족함 없이 잘살아온 작가의 스타일이, “상식적이지 않고, 모험심이 별로 없다. 그런 것과는 가장 거리가 멀다고도 할 수 있다. ‘했던 것을 다시 한다, 그리고 또다시 한다가 나의 행동 방식에 가깝다라고 자평한 작가의 성격이 어느 정도 반영된 결과라 하겠지요.
베를린에 없던 사람에게도는 에필로그를 포함하여 총 스무 개의 챕터로 이루어진 책입니다. 묘하게 사람을 끄는 것이요, 어떤 책이든 어떤 인물이든 어떤 풍경이든 어떤 음식이든 어떤 전시든 베를린에서의 한은형 작가는 무조건적인 감탄을 넘어선 감격을 잘 들키지 않는 거예요. 그러니까 늘 적당한 거리를 두고 그 멀어진 만큼, 그 벌어진 만큼 대신 제 사유들을 그 자리만큼 넉넉히 채우는 사람인 거예요. 작가는 이 거리를 일컬어 자기 검열이라는 표현을 쓴 것도 같아요. 일견 자신에게 아주 가혹할 만큼 인정을 주지 않는 사람이란 걸 팁으로 알고 보시면 책이 더 친근하게 읽힐 지도요.
어쨌든 그 생각을 훔쳐보는 재미가 이 책의 책장을 넘기는 데 있어 묘한 속도감을 기록하게도 했습니다. 그러니까 되레 책을 더디고 느리게 읽게 되는 템포의 죽임이랄까요. 페이지에 오래 머물게 되는 건 내용상 흥미롭지 않아서가 아니라 어느 순간 책을 읽고 있는 내가 베를린에 가 있어버리는 이입의 살아 있음 덕분이랄까요.
그렇게 읽는 이에게 틈을 내주고 곁을 내주는 책, 그 틈바구니 속으로 뛰어들면 팔짱을 낀 채 느릿느릿 베를린 곳곳을 걷고 있는 한은형 작가가 보이게 될 겁니다. 그런 가운데 150017000마리의 동물이 살고 있는 베를린 동물원 이야기가 눈길을 끕니다. 우리에게도 서울 시내 한복판에 창경원 동물원이 있던 시절이 있었다지요. 작가는 동물원의 규모나 동물들의 다양함에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다만 2차 세계대전 당시 베를린 전역의 폭격에 3715마리의 동물 중 살아남은 91마리의 동물과 죽어나간 3624마리의 울음을 처참히 떠올립니다. 그리고 그 살아남은 91마리의 동물에게서 사람이라는 존재의 원형을 불러냅니다.
 
동물들은 죽어가면서 얼마나 울었을까?
살아남은 동물들은 또 얼마나 울었을까? 겁에 질려서, 자식이나 부모를 잃은 슬픔에, 몸이 부서진 고통에, 구조의 신호로.
그 살아남은 91마리의 동물이 파괴된 도시로 탈출한다.
불빛이 거의 사라진 도시에, 사람도 거의 없어진 도시에 동물들이 나타난다. 91마리의 동물이.
슬픈 이야기다. 그리고 슬픈 이야기가 그렇듯이 잘 잊히지 않을 유의 이야기다.
나는 이 동물들이 그 이후로 어떻게 되었는지, 누가 발견해서 먹이를 주고 보살피고 그랬는지, 도시가 죄다 파괴되고 사람들도 죄다 파괴된 상황에서 동물들을, 그것도 엄청나게 큰 동물들을 어떻게 보살폈는지, 그리고 이 동물들 중 가장 오래 살아남은 동물은 무엇이었는지 몹시 궁금하다.
여전히 살아 있는 동물이 있을까?
P.45 탈출하는 동물들중에서
 
작가는 베를린 곳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마르크스의 동상에서, 베타니엔 갤러이에서, 나치의 벙커였던 건물에서, 로자 룩셈부르크 광장에서 독일이라는 나라가 가진 역사의 특수성 역시 상징적으로 끌어냅니다. 그와 동시에 작가는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의 무덤을 방문했을 때나 애정하는 작가였던 토마스 만의 기념관 나들이에 나섰을 때나 그밖에도 무수히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행보의 순간순간마다 왜지, 뭐지, 하는 호기심의 깜빡이를 반짝반짝 켜두기에 바쁩니다. 읽기의 맛이 개운한 건 담백한 문체에 있을 테고, 읽기의 뒷맛에 젓가락을 놓을 수 없는 건 바로 이러한 물음들의 무한 증폭 때문이었을 겁니다. 물론 그 꼬리에 꼬리를 문 궁금증의 결말은 결국 내가 읽고 싶은 이야기는 내가 쓸 수밖에 없다는 작가의 펜 끝에서 일단은 짐 보따리를 풀게 되지요.
 
한국말로 뭐라고 해요?”
K가 물었다.
무당벌레요.”
무당?”
샤먼이요라고 말하고는 무당이 방울 흔드는 흉내를 잠시 내었다. K하고 입을 벌리며 놀라는 모습을 과장되게 표현했다.
나는 K에게 다시 물었다.
독일어로는요?”
마리아벌레.”
, 성모 마리아요?”
K는 고개를 끄덕였다.
외국어에서 숙녀를 뜻하는 의미의 단어는 곧 성모 마리아를 지칭하기도 한다는 걸 난 알고 있었다. 그러고는 다시 생각하는 것이다. 기독교 문화권에서 나의 숙녀란 결국 나를 구원해줄 여자라는 의미라는 것을. , 우리의 숙녀와 그들의 숙녀가 다를 수밖에 없음을. 그러니 번역이란 문제가 얼마나 골치 아프고 말도 안 되게 복잡한 것인지도.
P.151~153 나무와 무당벌레와 숙녀중에서

  이 책의 특별함은 이 책을 읽는 내내 뭔가를 검색하는 부지런한 우리 자신을 발견하게 되어서가 아닐까 합니다. 쉽게 말해 작가가 던진 물음표에 우리들이 꿰는 분위기랄까요. 질문을 던진 작가보다 다급히 답을 찾으려 하니 앞서 말한 것처럼 책장을 넘기는 속도에 브레이크가 걸릴 수밖에 없지만요, 대신 여타의 여행 관련 도서들을 읽을 때와는 사뭇 다른 검색어를 타이핑하는 우리 자신에게서 어떤 앎에 대한 갈증을 재확인하게도 될 겁니다. 아마 베를린의 미래보다도 베를린의 현재보다도 베를린의 과거와 관련이 깊은 단어들이 농후할 테지요. 예서 우리는 걸어본다라는 과거로의 걸음을 우리가 왜 걸어야 하고, 그 걸음을 우리가 왜 좇아야 하는지, 그 과정 자체가 다름 아닌 예술이구나 하는 것을 여실히 깨닫게 됩니다.
먹고 마시는 얘기는 적고 걷고 본 얘기는 많으니 다소 지루할 수도 있겠으나 이건 어디 안 가고 내 살에 내 뼈에 내 피에 묻고 새겨지고 흐르는 이야기라 결국엔 나로 남는 이야기임을 잊지 않아주셨으면 합니다. 베를린에서의 여정 방식 그대로를 한국으로 끌고 와 서울을 다시 말한다 했을 때의 겹침, 그 매혹을 두루 연상시켜주셨으면 합니다. “세계의 이런저런 문화가 뒤섞이고 있는 문화 용광로서의 베를린, 아트 신의 성지로서의 베를린, 미친 사람들의 도시인 베를린, ‘독일이지만 독일이 아닌베를린이 궁금한 분들이라면 어느 정도 그 갈증에 해갈은 시켜드릴 수 있는 책이라 감히 자부해봅니다.
 
 
 
작가의 말
 
베를린에는 20167월부터 9월까지 90일 가량을 머물렀다. 나로서는 유래 없이 바쁘게 지냈는데, 그래서인지 집에 돌아오면 어떤 문장도 쓸 수 없었다. 한국으로 송고해야 하는 원고를 몇 편 쓰긴 했지만 뭔가 자발성을 갖고 글을 쓰기가 어려웠다. 런던에서 그 이유를 깨달았다.(베를린에서 서울로 돌아오기 전 런던에서 열흘 가량 머물 일이 생겼다.) 글을 쓸 수 없던 이유를 말이다. 길거리에서 펄펄 날뛰고 있는 글자를 해독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런던에서 간판들, 지하철역의 이름들, 거리의 이름들, 사람들 등뒤에 쓰인 글자들을 읽는데…… 더듬더듬 읽는데…… 행복했다. ‘, 나는 글자를 아는 사람이었지!’ 하는 안도감이 밀려왔고, 마음이 이상해졌다.
언제나 그렇듯 가장 쓰고 싶었던 테마에 대해서는 쓰지 못했다. 이를 테면, 베를린의 헬무트 뉴튼, 비오 열풍과 케피르, 오스탈지(구동독적인 것에 대한 향수를 이르는 말), 베를린의 부유한 유태인들, 유태인이 끌려간 자리의 표식인 길거리의 황금빛 금속, 유태인 카페의 유태 음식, 베를린의 고용지원센터, 텐트 피플, 텐트 피플을 위한 거리의 체스판, 한밤의 폐허 관광자들, 구동독 출신 남자, 드레스덴에서 만난 네오나치, 와타나베와 갔던 노이쾰른 음악회, 베를린의 북한 대사관, 베를린 초밥집에서 만난 북한 외교관, 크로이츠베르크 걸, 일 년에 한번 열리는 배추 싸움, 보데 뮤지엄 앞에서 탱고를 추는 사람들, 위스키를 파는 약국, 베를린 미용실의 베를린 무드, 푸른 수염의 방 같은 지하실, 에밀 놀데와 브레히트, 타이 음식점에서 만난 포대화상, 유람선 모비딕, 백조로부터의 습격, 나체로 수영하는 호수, 귄터 그라스 와인, 베를린 발코니 아트, 맨발의 자유인, 노벨상 수상자의 방, 뉴저먼 시네마, 만날 수도 있었던 다와다 요코, 베를린의 서점, 베를린의 프랑스 거리, 프리드리히 슈트라세, 르코르뷔지에의 아파트, 발터 그로피우스의 말굽 모양 주택단지, 트럭 테러, BMW가 개최하는 롤러 블레이드 마라톤……
이런 것들에 대해 쓰다가 결국 쓰지 못했다. 엉킬 대로 엉켜버린 생각의 꾸러미들을 제대로 풀지 못했던 것이다.
오래 품고 있던 이 책을 그만 내려놓는다. 이로써 베를린 시절을 마감한다. 내게 자신의 베를린을 보여준 GDI, 베를린에서 따뜻한 집밥을 여러 번 차려준 Y, 베를린 곳곳의 탐험을 제안해준 K……를 비롯한 모두에게 감사했다. 누구보다 씩씩해서 또 누구보다 우울할 이 책의 편집자 김민정 시인께, 이 책을 쓰는 내내 죄스럽고도 고마웠다.
베를린 사람, 베를린에서 태어난 사람, 베를린에 사는 사람, 베를린에 살았던 사람, 베를린에 잠깐 머물렀던 사람, 베를린을 떠나온 사람, 베를린에 가기로 한 사람에게, 베를린이라는 도시에 환상을 갖고 있는 2년 전의 나 같은 사람에게, 어쨌거나 베를린을 떨쳐버릴 수 없는 사람 모두에게 이 소박한 책을 바친다. 그리고 베를린에 없던 사람에게도. 당신들 때문에 쓸 수 있었습니다.
 
20182
한은형
 
 
책 속에서&밑줄긋기
 
멋을 낸 사람들이 잔뜩 모여 있었다. 무슨 상황인지 알아야 그곳을 벗어날 수 있는 게 나란 사람의 성격이고. 알고 보니 그들은 입장 순서를 기다리고 있던 것이었고, 그들이 가고 싶어하는 그곳은 그 유명한 몽키바라는 곳이었다.
몽키바라면 나도 알고 있는 곳이었다. ‘베를린에 왔으니 몽키바에는 가봐야지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었던 것이다. “거기에 뭐가 있는데요?”라고 묻자 몽키바에 가보라고 추천한 사람들은 별다른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그들 역시 거기를 가보지 못했던 것이다.
나는 그런 종류의 떠들썩한 곳에 대해 가봐야겠다는 의무를 느끼고 실천하는 종류의 사람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걸 보고는 대체 뭐가 있길래?’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세상에는 유명해서 유명한 곳이 있기 마련이고, 여긴 이를테면 그런 곳 같았고, 그런 곳을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생각 같았다.
나중에 몽키바를 다녀온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몽키바에서는 원숭이를 볼 수 있다고 한다. ‘, 고작 그건가?’ 싶었다. 순서를 기다려서 이곳에 힘겹게 입성한 사람들은 맥주나 칵테일에 감자튀김 같은 것을 먹으며 숲속의 원숭이를 내려다보는 것이다. ‘동물원을 내려다보는 스카이라운지같은 걸 한국에서 시도한다면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졌다.
베를린 동물원이 베를린의 신흥 복합몰에 기꺼이 자신의 자원을 내주며 그것들을 부양하는 게 내게 이상한 느낌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어떤 예감이 들었다. 나는 베를린 동물원에 가지 못할 것이라는.
─ 「베를린 동물원과 스툴볼중에서
 
 
베를린에서, 그리고 독일에서 가장 많이 본 동상은 비스마르크였다. 비스마르크가 그만큼 많다기보다는 내가 식별한 동상이 별로 없어서일 수도 있겠다. 어쨌든 처음 비스마르크를 본 것은 반제에 있는 클라이스트의 무덤에 갔을 때였다.
우연히 보게 되었다. 나와 함께 베를린을 탐험하기로 한 K가 짜왔던 탐험 경로에 클라이스트 무덤이 있었고, 그 무덤을 찾지 못하고 헤매다가 비스마르크 동상을 보았던 것.
그 동상은 머리가 있는 토르소 형태였고, 거대했다. 이 비스마르크는 머리에 공군 조종사들이 쓸 법한 디자인의 군모를 쓰고 있었다(그런데 왜 공군 조종사 모자는 목을 덮게 디자인 되었는지 궁금해졌다. 아시는 분?).
나는 잠시 그 동상이 왜 토르소 형태로 제작되었는지 생각해보았다. 그건 비스마르크가 입은 옷군복으로 보이는 트렌치코트류의 옷을 부각시키기 위해서였던 게 아닌가 싶었는데, 아닌 게 아니라 그 옷은 정치가였으나 군인이기도 했던 비스마르크의 정체성을 잘 드러내고 있었다. 그래서 나 같은 외국인도 콧수염강인한 턱’ ‘군복이라는 세 가지 기호를 해독해내어 , 비스마르크!’라고 외치게 되었던 거고.
그런데 왜 반제에 비스마르크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반제는 낭만적이고 몽상적인 느낌을 주는 곳이기 때문이다. 아주아주 큰 호수, Wann이라는 이름을 가진 호수See라서 반제인 곳. 베를린 사람들이 놀러가는 교외 같은 곳. 클라이스트는 이곳에서 자살을 했다. 여자와의 동반 자살이었다. 정사情死같은 것.
*
독일식의 독특하고도 기이한 재료와 레시피의 조합이란. 그리고 엄청난 양과 밀도와 시각적 고려가 거의 없이 배치한 음식이 주는 충격. 이 글을 쓰는 지금, 나는 독일 음식의 경제성과 실용성을 다시 느끼고 있다.
얼마 전, 요리에 대한 역사서를 읽다가 이 청어 요리를 부르는 이름이 있다는 걸 알았다. 비스마르크식 청어 혹은 비스마르크의 청어.
그러니까 나는 그날 비스마르크 동상을 보고 비스마르크식 청어를 먹었던 것이다. 클라이스트의 무덤을 가려고 했던 것뿐이었는데. 이 놀라움!
─ 「비스마르크식 청어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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