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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와 흙 - (후쿠시마, 죽음의 땅에서 살아가다)
牛と土
신나미 쿄스케
글항아리
2018년 3월 11일 발행
320쪽 | 135*200 | 무선
978-89-6735-500-5 03
정상
15,000원

원전사고 후 죽음의 땅에서 소와 함께 살고 있는 농민들을 추적한 르포다. 농민들은 소들을 좀더 잘 먹이고 추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더 오랜 시간 그곳에 머물게 해달라고 정부를 상대로 지난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 방사능의 반영구적인 공포에 짓눌린 채 살아가는 사람들의 비참한 상황과 이에 맞서는 강인한 의지는 이 르포를 끌고 나가는 심리적 내러티브다.

안락사의 칼날을 피해 살아남아 사람들이 사라진 푸른 초원을 마음껏 뛰어다니는 소, 점점 야생화하여 스스로 교배하고 자식을 낳고 적응하며 살아가는 소들의 몸 안에는 방사능이 축적되고 있다. 그런지도 모르고 소들의 몸엔 윤기가 흐르고 눈빛은 초롱초롱하며 흙냄새도 여전히 살아 있다.

이러한 소의 야생화 과정과 방사능 생체 축적을 동반하여 추적하는 이 책은 한 편의 동물문학이라 불러도 될 만큼 소의 입장에 선 관점을 보여주고 있으며,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해야 마땅한 상황에서 어떻게 생명은 그것에 맞서 자신의 영역을 구축하고 제한된 조건에서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가에 대한 인류학적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지은이 | 신나미 쿄스케
논픽션 작가. 1951년 오사카 이바라키시에서 태어났다. 홋카이도대를 졸업하고 출판사, 편집 프로덕션 등을 거쳐 1992년에 출판사 라이브스톤 주식회사를 설립했다. 주로 의학, 의료 분야 잡지와 책을 편집하고 출판한다. 2002년부터 『마이니치신문』 오사카 본사 특약기자로 활동하기도 했다. 저서로는 『세러피도그의 자장가: 치매 환자와 개들의 3500일』 등이 있다.

옮긴이 | 우상규
세계일보 도쿄 특파원으로 재직 중이다. 옮긴 책으로 『끝이 없는 위기』 『일본 우익 설계자들』 등이 있다.
서장 안락사라는 이름의 살처분

제1장 경계 구역의 소들: 아사도 안락사도 아닌
제2장 이타테촌의 소들: 사람도 소도 자취를 감췄다
제3장 흩날린 방사성 물질: 흙과 동물의 피폭
제4장 방치된 소와 소 사육사의 도전: 울타리의 안과 밖, 소의 삶과 죽음
제5장 고향에서 멀리 떨어져: 소의 시간과 인간의 시간
제6장 소가 계속 살아가는 의미: 소 사육을 지원하는 연구자
제7장 피폭의 대지에서 살다: 가축과 야생의 틈에서
제8장 귀환 곤란 구역의 소들: 소가 지키는 고향
제9장 검문을 넘어 소의 나라로: 소가 가르쳐준 것

종장 소와 대지의 시간

무인지대로 바뀐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구역,
살아남은 소의 생태와 소를 살리려는 인간들의 모험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발생 직후, 피난의 지옥이 돼버린 이곳에 저자는 고양이와 개를 뒤쫓으려고 발을 들여놓았다. 그런데 예상치도 못하게 그의 시선을 사로잡은 게 있었고, 그는 4년간 이들의 삶을 쫓게 된다. 바로 피폭됐지만 안락사 당하지 않고 살아남은 소들과 이를 돌보는 소 사육사들이다. 폭발 현장에 자위대가 투입돼 위험을 무릅쓰는 와중에 돈 뭉치로 원전을 추진해온 도쿄전력 직원들은 이곳에서 재빨리 빠져나갔다. 한편 소를 남겨놓고 발을 떼지 못하는 농민에게 국가는 “정리해라, 죽여라”라는 지시로만 일관했다. 
워낙에 순종적인 도호쿠 지역 농민들은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는 국가의 명령에 토 달지 않고 가축을 모두 살처분했다. 하지만 이후 그들에게 남겨진 건 외상후스트레스장애뿐. 이번에도 국가는 제1원전에서 20킬로미터 내에 있는 가축은 모두 죽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주민들 사이에선 뜻밖의 목소리들이 퍼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래도 소를 계속 키우겠다, 내 몸의 피폭은 내가 알아서 감수하겠다, 방치된 가축을 돌보는 건 우리 늙은 수의사들 몫이다, 라는 결연한 태도였다. 
이 책은 원전사고 후 죽음의 땅에서 소와 함께 살고 있는 농민들을 추적한 르포다. 농민들은 소들을 좀더 잘 먹이고 추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더 오랜 시간 그곳에 머물게 해달라고 정부를 상대로 지난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 방사능의 반영구적인 공포에 짓눌린 채 살아가는 사람들의 비참한 상황과 이에 맞서는 강인한 의지는 이 르포를 끌고 나가는 심리적 내러티브다. 안락사의 칼날을 피해 살아남아 사람들이 사라진 푸른 초원을 마음껏 뛰어다니는 소, 점점 야생화하여 스스로 교배하고 자식을 낳고 적응하며 살아가는 소들의 몸 안에는 방사능이 축적되고 있다. 그런지도 모르고 소들의 몸엔 윤기가 흐르고 눈빛은 초롱초롱하며 흙냄새도 여전히 살아 있다. 이러한 소의 야생화 과정과 방사능 생체 축적을 동반하여 추적하는 이 책은 한 편의 동물문학이라 불러도 될 만큼 소의 입장에 선 관점을 보여주고 있으며,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해야 마땅한 상황에서 어떻게 생명은 그것에 맞서 자신의 영역을 구축하고 제한된 조건에서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가에 대한 인류학적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소와 함께 피폭되는 사람들, “제 아이랑 똑같으니까요” 


흰색의 방호복을 입은 남자들이 사고 이후 덤불로 뒤덮인 마을에 며칠 간격으로 계속 나타난다. 이들은 큰 자루를 칼로 찢어 울타리 안에 먹이를 듬뿍 놓아두고 떠난다. 짙은 냄새가 울타리를 넘어 바깥으로 멀리 퍼진다. 며칠 후 사내들은 또다시 나타나 향기로운 건초와 강한 냄새를 풍기는 사료를 두고 사라진다. 그동안 제대로 된 사료와 물을 먹지 못한 한 마리 소가 울타리에 접근하다 멀어지기를 반복한다. 하지만 선뜻 울타리 안에 발을 들여놓진 못한다. 그런데 갑자기 어디선가 세 마리의 소가 나타나 울타리 안으로 돌진해 먹이를 정신없이 먹는다. 망설이던 소도 경계 태세를 풀고 무리에 합세한다. 이때 나타난 검은 그림자들. “와, 포획 작전 대성공! 싱거울 정도로 일망타진이네요!” 국가가 명했는데도 여태껏 살아남은 소들은 안락사 감이었다. 안락사는 진정-마취-근육 이완의 3단계로 진행된다. 진정제를 근육에 투여해 얌전하게 만든 뒤, 정맥에 마취제를 주입해 잠들게 한다. 마지막으로 소들이 주사기의 근육 이완제를 빨아올리게 함으로써 영원히 깨어나지 못하게 한다. 
2011년 3월 11일 사고 당일. 두려움에 떨며 피난 행렬을 이룬 이들과 달리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은 이들이 있었다. “신이시여, 집은 무너져도 상관없지만 외양간만큼은 무사하게 해주세요.” 소 사육사들은 빌었다. 하지만 국가는 이곳을 피난 지시 구역으로 정했고, 사람은 한 명도 예외 없이 피난할 것을, 동물은 전수 안락사 시킬 것을 지시했다. 
경계 구역의 소 3500마리 중 2015년 1월 20일 현재 안락사 처분한 소가 1747마리, 소유자가 동의하지 않아 계속 사육하는 소가 550마리다. 결국 국가의 명을 따르지 않고 이 땅에 들락거리며 먹이를 준 농민들이 있다. 지진이 났을 당시 이들의 머릿속에 농가를 떠나는 일은 단 한 번도 고려되지 않았다. 사고가 난 지 5개월째. 국가는 피폭당하는 걸 본인 책임으로 한다는 전제하에 일주일에 한두 차례 고방사선량의 지역으로 농민들이 드나들 수 있게끔 허가증을 발급한다. 가령 시간당 30마이크로시버트의 방사선량을 나타냈는데, 이는 하루 반을 체류하면 국가가 일반인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 연간 1밀리시버트의 피폭 선량 한도를 넘어서는 수치다. 하지만 외양간과 목장으로 되돌아온 농민들은 피폭된 존재가 살아가는 의미를 끊임없이 찾으며 아직도 이곳에 살고 있다. 
“우리는 원전 때문에 피폭 중이고 방사능으로 병에 걸릴 가능성도 높지만 결국 소를 선택했어요.” 위험한 경계 구역에 넘나들며 사고 이후에도 계속 소를 키우고 있는 기미코 씨의 말이다. “남편한테서 나랑 소랑 어느 쪽이 더 중요하냐는 핀잔을 듣지만, 소는 제 아이랑 똑같으니까요.” 

단 한 번도 피난을 생각하지 않았다 

2010년 7월 17일 새벽, 나미에정 오마루에 있는 외양간 한 귀퉁이 볏짚에서 향기가 감돌았다. 동이 터오지만 아직 엄마 뱃속에 있는 태아는 아침 공기를 들이마시지 못했다. 진통은 이미 시작된 터였다. 어제부터 볼록해진 외음부가 젖어 있다. 와타나베 후미카즈는 수의사 없이 혼자 출산을 치를 준비가 돼 있다. 마침내 1차 파수가 일어나 막이 찢어지고 붉은 물이 흘러나왔다. 30분 뒤 태아의 앞발이 나오더니 곧이어 2차 파수. 머리가 쏙 나오고 순식간에 온몸이 땅에서 솟아난 것처럼 나타났다. 와타나베는 고생한 어미 소를 쓰다듬고 초유를 먹인 뒤 자리를 떴다. 잠시 후 돌아온 와타나베는 눈앞의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 아까 어미 소가 송아지를 다 핥았는데 반쯤 양막을 쓴 채 송아지가 누워 있는 게 아닌가. 알고 보니 쌍둥이가 태어난 것이었다, 야스이토마루 1호와 2호! 
2011년 3월 11일 오후 2시 46분. 와타나베 후미카즈가 외양간에서 슬슬 작업을 시작하려는데 맹렬한 흔들림과 동시에 천장에서 굉음이 들려왔다. 소들은 이상한 울음소리를 냈다. 구모, 우웃, 구모, 우오온…… 발정할 때나 배고플 때가 아닌, 인간에게 포획될 때 궁지에 몰려 내는 소리였다. 그가 기르고 있던 것은 쌍둥이 야스이토마루 형제를 포함해 어미 소 10마리와 송아지 10마리. 
인공수정에 의한 번식이 널리 보급되면서 수컷 99퍼센트는 생후 2~5개월에 거세되고 육우가 되는 비육 송아지로 길러진다. 가축 시장으로 가는 송아지의 출하 월령은 8~10개월. 일부 암컷만 번식용으로 내보내지고, 나머지 암수컷은 모두 비육 송아지로 거래된다. 비육되는 농장에서 18~20개월 머문 뒤 육류 시장에 출하되므로, 사람 입 속에 들어가는 건 생후 26~30개월 무렵이다. 한편 번식용 암소는 만 1세에 수정을 해, 9개월 반 동안 임신하며 2세쯤 초산한다. 이후 10여 년간 출산을 계속해 15산까지 가는 소도 드물지 않다. 하지만 이런 일상은 이제 잃어버린 세계가 되었다. 모든 것은 원전 사고와 함께 물거품이 돼버린 것인지 모른다.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서북쪽으로 14킬로미터 지점. M목장을 운영하는 무라타 준은 소 사육사이면서 대규모 목장의 경영자다. 매일 아침 5시 반에 일어나 자택 인근 목장에서 450마리의 소를 돌보는 데서 일과를 시작하는 그는 후쿠시마 현 내 일곱 군데에서 1200마리의 육우를 사육하고 있다. 3월 11일 사고 당일, 무라타와 함께 농장을 운영하는 요시자와는 시내 마트에 있다가 지진이 발생하자 농장으로 핸들을 돌렸다. 오던 길에 쓰나미가 덮쳐 사람들이 바다 속으로 삼켜지는 모습을 보면서도 그는 가까스로 농장에 도착했다. 피난 행렬의 지옥이 되어버린 그곳이지만, 그는 단 한 번도 소들을 남겨놓고 떠날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우리 안에서 불거지는 갈등 

“소들을 풀어놓고 철수하는 수밖에 없다.” “아니다, 끝까지 돌보자.” 위험 지역에서의 철수를 놓고 농민들의 의견은 서로 달랐다. 도쿄전력과 국가가 입히는 상처에 더해, 농가 사람들은 자기들끼리 주고받는 말로 생채기투성이가 됐다. 국가의 안락사 지시를 둘러싸고도 반응은 둘로 나뉘었다. 그중 피폭을 감수하고 계속 사육을 하는 농민들은 사회로부터 괘씸하다는 소리를 들었다. “너네는 왜 국가에서 보상금을 받고도 안락사를 하지 않는 거냐?” 하지만 보상금은 농가가 입은 경제적 손실을 보전해주는 것이지 안락사와는 관계없다. 안락사에 찬성한 농가들로부터도 비난의 손가락질을 받았다. “너희들 소가 평등하게 죽어주지 않으면 안락사에 동의한 우리만 손해 본다.”
한편 사고 지역에서 개와 고양이를 살려내야 한다고 말하는 동물 애호가들도 이들의 눈에서 눈물을 한 방울 떨구게 했다. 주인이 울타리 안에 소를 가둬두고 일주일에 한두 번 먹이를 주러 오는 사이, 동물애호 단체들이 울타리의 잠금 장치를 풀어 소들을 방출해버린 것이다. 다른 외양간에서 소들이 굶어 죽은 걸 본 애호가들이 소들을 풀어준 듯싶다. 하지만 다른 누구보다 소를 아끼는 건 소 사육사들이다. 소가 야생으로 나가면 상상도 못할 난관들이 도사리고 있다. 어떤 곳에서는 소들이 물을 먹으려고 늪에 발을 디뎠다가 무리 전체가 빠져 죽은 일도 있었다. 
한편 안락사에 반대해 소 사육을 계속해온 요시자와 등은 피폭된 소들을 관찰하면 방사능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밝혀낼 수 있으리라 여겼고, 이로써 소들을 살려둘 명분이 되리라는 희망을 가졌다. 하지만 반대는 예상치도 못한 데서 나왔다. ‘학술 연구에 협력한다는 것은 결국 동물 실험을 한다는 것 아니냐’며 동물애호 단체에서 항의해온 것이다. 이런 일들로 소 사육사들의 마음에 새겨진 멍 자국은 쉽사리 지워지지 않았다. 
무라타와 요시자와는 안락사 처분에 맞서 소를 계속 키운다는 것은 ‘삶의 의미’를 둘러싼 투쟁이라고 말한다. “소의 경제적 가치는 이미 사라져 더 이상 가축이 아니다. 여기 있으면 피폭하고, 앞으로 먹이 값이 들어갈 뿐만 아니라, 손도 많이 간다. 거기에 무슨 의미가 있을 수 있을까. 그것을 찾아내야 한다.”
소는 점점 더 야생동물이 되어가고 버려진 마을들은 야생동물의 낙원이 되어가고 있다. 여기서 어떻게든 자타가 인정할 만한 의미를 발견해야 한다. 무라타와 요시자는 국가 및 도쿄전력과도 싸워야 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방사성 물질, 나아가 얼굴이 없는 사회의 평판과도 싸워나가야 한다. 이들은 무력함에 의욕을 잃기도 하고, 귀에 들려오는 말에 마음이 상하기도 한다. 잘못된 비판과 분별없는 아유는 흘려넘길 수 있겠지만, 지진 피해자끼리, 소 사육사끼리 헐뜯는 것은 참기 힘들었다. 
요시자와는 “소도 피폭했고, 나도 피폭했다. 그러나 소 사육사의 마음은 꺾이지 않는다. 여기서 소를 사육하면서 내가 경험한 것, 실제로 일어난 일은 전하는 것이 내 남은 20년 인생의 의미라고 생각한다”. 즉 그 스스로가 소와 함께 피폭의 산증인이 되는 것, 이야기꾼이 되는 것이 그가 찾아낸 인생의 의미다. 

답은 흙이 쥐고 있다 

열심히 소를 살리려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흙에 주목하는 사람들도 있다. 원전 사고가 미치는 피해의 실태를 알려줄 뿐 아니라 이를 최소화하는 열쇠 또한 흙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오사카대학 핵물리연구센터의 한 연구실. 2011년 3월 15일에서 16일로 넘어가려는 시점, 후지와라 마모루 교수는 전국의 핵물리학자들에게 원전 사고에 대응하자는 메일을 발송했다. 16일 오후 연구센터에 70여 명이 모였고, 후지와라를 중심으로 핵물리학자들이 할 일이 정해졌다. 이들은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80킬로미터 범위는 약 2킬로미터씩, 80~100킬로미터와 그 바깥은 사방 10킬로미터씩 한 곳에서, 도합 2200개소, 한 곳당 사방 3미터의 다섯 지점씩 표층 5센티미터의 토양을 채취했다. 이로써 토양에 침착한 방사성 물질별 농도 분포를 나타내는 지도를 작성할 수 있었다. 한시라도 빨리 현지 흙에서 나오는 방사선의 종류와 양을 측정하는 것이 중요했다. 토양의 피폭선량으로부터 계산하면 몇 년 후 어느 정도로 방사능이 줄어들지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가 취재한 마을들 역시 사람도 소도 모두 흙에 의지하며 살아왔다. 이 땅의 흙이 키운 벼는 사람과 가축에게 나뉜다. 소에게 볏짚은 식량이며, 잠자리도 된다. 흙이 키운 풀을 소가 먹고, 소가 배출한 배설물은 퇴비가 되어 흙으로 돌아간다. 그런데 그 흙이 오염돼버렸다. 소 사육 마을에서 사람과 소는 사라지고, 방사성 물질만 남은 것이다. 
그렇더라도 단 한 오라기의 희망도 없는 건 아니다. 이곳에서 과학자들이 할 일은 대규모 생물의 피폭 상태를 계속 조사하는 것이고, 소들일 할 일은 이곳이 덤불이 되지 않도록 여기저기 흩어져 풀을 뜯는 일이다. 이 두 가지 일을 외면한다면 미래에 도움이 될 과학적 진실과 자연이 자연을 스스로 정화할 수 있도록 만드는 기회를 스스로 저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소들은 가축으로서 인간 문명의 재앙을 당했고, 살아갈 의미를 따지는 무대에 강제로 올려졌으며, 이제 내려오는 것은 불가능하다. 저자는 처음엔 소와 흙을 별개의 것으로 여기고 취재했지만, 결국 흙투성이가 된 소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하면서 ‘소’와 ‘흙’은 서서히 하나로 이어졌다. 살아 있는 소를 위해, 흙은 녹색 융단을 깔아줬다. 죽은 소를 위해, 흙은 이불을 준비하고, 흙의 나라로 불러들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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