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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번째 파도
최은미
문학동네
2017년 10월 31일 발행
372쪽 | 145*210 | 신국판 변형 | 무선
978-89-546-4871-4 03
장편소설
정상
13,800원

"이토록 꼼짝없이 빨려들게 만드는 슬픈 사랑의 대서사시는 오랜만이다.
이런 첫 장편이라니, 경이롭다." _권여선(소설가)

젊은작가상을 연달아 수상하며 믿음직한 행보를 보여온 최은미의 첫 장편소설. 핵발전소 건설을 둘러싼 찬성파와 반대파의 팽팽한 대립, 은밀하게 퍼져 있는 사이비 종교집단, 의문의 죽음에 얽힌 과거의 비밀을 추적해나가는 주인공…… 근래 이렇게 거대한 스케일로 우리를 압도한 소설이 있었던가. 빼어난 미스터리 소설로도, 정치 스릴러로도 손색없는 이 작품은 인간의 욕망과 광기, 불안과 고통을 파헤치는 심리소설이자 그럼에도 그 속에서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일"의 절실함을 아름답게 그려낸 멜로소설이기도 하다. 이처럼 다양한 이야기의 갈래를 한순간도 흩뜨리지 않으면서 끝까지 견고하고 정밀한 서사의 힘으로 독자를 몰입시키는 『아홉번째 파도』는 분명 최근 한국소설이 이룬 보기 드문 성취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 최은미│ 1978년 강원 인제에서 태어났다. 2008년 『현대문학』 신인추천에 단편소설 「울고 간다」가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너무 아름다운 꿈』 『목련정전(目連正傳)』이 있다. 2014년, 2015년, 2017년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 차례

프롤로그 _006
1장 _009
2장 _075
3장 _131
4장 _199
5장 _247
6장 _283
에필로그 _358

작가의 말 _365

“이토록 꼼짝없이 빨려들게 만드는 슬픈 사랑의 대서사시는 오랜만이다.
 이런 첫 장편이라니, 경이롭다.” _권여선(소설가)


젊은작가상을 연달아 수상하며 믿음직한 행보를 보여온 최은미의 첫 장편소설 『아홉번째 파도』가 출간되었다. 우리는 두 권의 소설집 『너무 아름다운 꿈』(문학동네, 2013)과 『목련정전』(문학과지성사, 2015)으로 최은미 소설이 확보한 선명한 인상을 기억한다. 인간의 맨 밑바닥에 고인 얼룩덜룩한 감정을 특유의 끈질긴 묘사를 통해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데 탁월한 그의 소설에 따라붙은 ‘치밀한’ ‘밀도 높은’ ‘지독한’ 같은 수식어 말이다. 정교한 서사와 디테일한 묘사는 긴 호흡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장편이 갖춰야 할 미덕이기도 한바, 두 권의 소설집만을 발표한 이 젊은 소설가가 축조할 장편의 세계를 우리가 신뢰감을 갖고 기대해온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
『아홉번째 파도』는 2016년 여름부터 2017년 봄까지 계간 『문학동네』에 연재된 작품으로(연재 당시 제목은 ‘척주’), 연재를 마친 뒤 200매가량의 원고를 덧붙이며 전면적인 개고를 거쳤다. 핵발전소 건설을 둘러싼 찬성파와 반대파의 팽팽한 대립, 은밀하게 퍼져 있는 사이비 종교집단, 의문의 죽음에 얽힌 과거의 비밀을 추적해나가는 주인공…… 근래 이렇게 거대한 스케일로 우리를 압도한 소설이 있었던가. 빼어난 미스터리 소설로도, 정치 스릴러로도 손색없는 이 작품은 인간의 욕망과 광기, 불안과 고통을 파헤치는 심리소설이자 그럼에도 그 속에서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일’의 절실함을 아름답게 그려낸 멜로소설이기도 하다. 이처럼 다양한 이야기의 갈래를 한순간도 흩뜨리지 않으면서 끝까지 견고하고 정밀한 서사의 힘으로 독자를 몰입시키는 『아홉번째 파도』는 분명 최근 한국소설이 이룬 보기 드문 성취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핵발전소 건설을 둘러싼 불꽃 튀는 욕망들과
사이비 종교의 거대한 음모가 소용돌이치는 해안도시 척주
이곳에선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동해안에 위치한 해안도시 척주에 핵발전소를 유치하려는 계획이 추진되면서, 척주는 이에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으로 나뉘어 살짝만 건드려도 폭발할 듯 팽팽하게 달아올라 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핵발전소 건설을 강행하려는 척주시장 오병규는 동진시멘트의 전 사장이라는 이력을 등에 업고 시장 선거에서 당선된 인물. “동진시멘트 아니면 척주가 이만큼 먹고살지도 못했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동진시멘트는 과거 척주 경제를 주름잡았었다. 그리고 오랫동안 동진시멘트의 젖줄 역할을 해온 35광구라 불린 석회산. 
18년 전 바로 그곳에서 시멘트 회사 임원이 죽은 사건이 발생했었다. 여러 의혹이 있었지만 사건은 자살로 종결되었고, 그의 아내와 딸은 척주를 떠났다. 시간이 흘러 그 딸인 송인화는 척주시 보건소로 발령을 받아 고향으로 돌아오고, 얼마 후 남자 노인이 독극물이 든 막걸리를 마시고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노인은 18년 전에 일어난 그 사건의 가장 강력한 용의자였던 인물. 노인의 죽음에 송인화가 관련되었을 거라 여긴 경찰은 그를 찾아가지만, 노인이 죽어가던 그 시각 송인화는 집주인인 안금자의 방문을 받은 참이었다. 
그런데 이 방문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안금자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누군가 송인화의 집 현관문을 두드린다. 문밖에는 검은 코트를 입은 두 명의 여자가 서 있다. “몸이 아프시지요? 약왕보살님이 몸이 아픈 시민들을 위해 대서원을 세우셨습니다. 한번 읽어보세요.” 선득한 분위기를 풍기는 그들은 20년 전 공격적으로 거리 포교를 하다 어느 순간 사라진 약왕성도회의 신도였다. 그 의문의 종교 집단이 다시 고개를 든 것이다. 그날 두 여자는 송인화를 방문한 뒤 곧장 경로당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막걸리를 마시고 쓰러진 노인을 발견하게 된다. 이 모든 게 그저 우연일까?

 
의문의 죽음을 둘러싼 불안과 음모의 소용돌이 속에서,
사나운 바람이 휘몰아치는 아홉번째 파도 위에서,
끝내 포기하지 않고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에 대해


『아홉번째 파도』는 핵발전소 건립 문제로 촉발된 시장 주민소환 사건을 큰 줄기 삼아 두 건의 살인사건에 얽힌 비밀을 서서히 드러내며 강력한 흡인력으로 우리를 끌어당긴다. 조금의 이득이라도 얻기 위해 상대를 향해 날을 세우는 게 일상이 된 욕망의 도시 척주에서, 투명한 독이 뻗쳐나가는 것처럼 몸을 지배하는 고통스러운 병(病)들 사이에서, 그러나 이야기의 다른 한 축을 이루며 빛을 발하는 것은 ‘사랑’이다. 음모와 불안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자신을 이루고 있는 이야기를 한 귀퉁이씩 풀어내며” 서로를 향해 걸어들어가는 일을 끝끝내 포기하지 않는 인물들이 있기 때문이다. 
보건소에서 근무하는 공익근무 요원 서상화와 척주시 국회의원 보좌관인 윤태진, 그리고 윤태진의 옛 애인이자 보건소 약무주사보인 송인화, 이 세 인물 사이를 오가는 사랑의 움직임은 『아홉번째 파도』를 이끌어가는 또하나의 추동력이다. “어떤 경계심도 없이 타인에게 먼저 다가가”는 서상화는 누구에게나 선하고 맑은 인상을 남기는 인물이지만, 한편으로 그는 약왕성도회에 빠져 집을 나간 어머니와 부당 해고를 당한 동진시멘트 하청업체 직원인 아버지 때문에 생긴 상처를 감추고 있다. 윤태진 또한 척주에서 손꼽히는 인재였으나 고등학생 때 콜타르 웅덩이에 빠지는 사고를 겪은 뒤 매일같이 그 후유증에 시달린다. 그는 한때 송인화를 만나면서 정상적인 삶을 꿈꾸기도 했지만, 그럴 수 없다는 걸 확인시켜준 사람 또한 송인화였다. 그리고 송인화는 모든 것이 시작된 곳인 척주에서 서상화와 윤태진을 만나게 된다. “누나라고 불러도 되는 거예요?”라며 성큼성큼 자신 안으로 들어오는 서상화와, 오래전 기억을 떠올리게 하며 마음을 헤집어놓는 윤태진을.     
이반 아이바좁스키의 동명의 그림이 함의하듯, 세 사람은 지금 물결이 가장 거센 파도 위에 서 있다. 뒤로 돌아 도망치는 게 불가능한 사나운 풍랑 앞에서 이들은 각자의 고통스러운 기억과 마주해야만 한다. 그 상처를 비집고 서로의 세계를 향해 조심스럽게 걸어가는 순간 쏟아져나오는 빛 무리. 그건 『아홉번째 파도』가 우리에게 남기는 가장 선명한 자국일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일에 대해 쓰고 싶었습니다. 이 소설을 처음 시작할 때의 그 마음을 소설을 끝낸 지금도 여러 번 생각합니다. 진심을 다해 인물들을 사랑할 수 있었고 그들의 고통을 끝까지 함께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저는 인물들에게서 잊지 못할 선물을 받았습니다. _‘작가의 말’ 중에서
  
 
★ 추천의 말 ★

동해안의 소도시 척주를 아는가. 석회광산에 얽힌 의문의 죽음, 약왕성도회라는 사이비 밀교, 핵발전소 유치를 둘러싼 대립들이 뒤섞이며 욕망의 도가니가 된 척주를. 놀라운 디테일로 축조된, 손에 잡힐 듯 선연한, 무섭도록 현실적인 척주를 배경으로 이곳에서 고통스러운 유년을 보낸 세 인물들이 돌아와 펼치는 증오와 선망의 드라마가 서서히 돋을새김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소설의 심장을 뛰게 하는 것은 사랑이다. 이토록 꼼짝없이 빨려들게 만드는 슬픈 사랑의 대서사시는 오랜만이다. 아무리 『목련정전』의 최은미이지만 이런 첫 장편이라니, 경이롭다. _권여선(소설가)

단숨에 읽었다. 비명을 지를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해피엔딩을 믿지 않는 한국인들을 위한 세계에 이름을 붙인다면 ‘그것이 알고 싶다’가 아닐까 생각해왔는데, 『아홉번째 파도』는 그런 현실의 사건들을 촘촘하게 엮은 소설이다. 핵발전소 건립을 둘러싼 지역공동체의 분열, 약을 먹지 않고는 잠들 수 없는 노인들, 자꾸 죽거나 사라지는 사람들, 지역사회를 주름잡았던 거대한 공장과 언젠가부터 거리 포교를 멈추고 사라진 듯 보이는 사이비 종교 단체…… 그 모든 단서를 꿰어야 하는 주인공은 과거 아버지의 죽음에 발목 잡힌 보건소 직원이다, 필연적으로. 멜로드라마적 긴장으로 추진력을 얻는 스릴러. 책을 덮으니 『아홉번째 파도』 속 코끼리산과 유리골, 어라항이 손에 잡힐 듯하다. _이다혜(북칼럼니스트)
 
 
■ 책 속에서

할 수 있지만 참는 것. 해도 되지만 참는 것. 하고 싶지만 참는 것. 그랬을 때 찾아오는 조금은 고통스러운 만족감의 맛을 윤태진은 알고 있었다. 그것은 윤태진이 그만그만한 인간들에게 우월감을 느끼는 유일한 순간이기도 했다.(82쪽)

자신에게로 날아오는 시선들을 되받아치면서, 김순영을 보면서, 송인화는 이제 보건소 여직원 정기 모임에는 안 나오게 되겠구나 생각했다. 그 때문에 매일 얼굴을 봐야 하는 김순영과 서먹해진다 해도, 무언가를 참는 대가로 얻었던 화기애애함과 편안함 대신 불편함이 찾아온다고 해도 이제는 어쩔 수 없는 때가 온 것인지도 몰랐다.(150쪽)

서상화의 손이 송인화의 손으로 미끄러지듯 들어왔다. 송인화는 머리를 묻은 그대로 숨을 멈췄다. 서상화의 손은 놀랍도록 차갑고 축축했다. 손바닥과 손바닥이 맞닿는 순간 송인화는 자신이 다른 세계 하나와 연결되는 것을 느꼈다. 서상화라는 세계. 송인화는 숨을 천천히 몰아쉬며 손에 힘을 주었다.(198쪽)

그날 서상화가 아빠의 얼굴에서 본 것은 멸시받는 게 만성이 된 사람의 표정이었다. 누군가가 일터에서 매일매일 오랜 세월에 걸쳐 인격적 모독을 당한다는 것. 그게 내 가족이라는 것. 그 사실이 사람의 마음을 얼마나 휘저어놓는지를 서상화는 뭐가 뭔지 모르는 채로 먼저 느껴버렸다.(225쪽)

서상화는 그동안 왜 엄마 얼굴이 생각나지 않았는지 알 것 같았다. 너무 보고 싶은 사람은 오히려 얼굴이 안 떠오르는 순간이 있었다. 서상화는 엄마가 필요한 나이를 한참 지났지만, 그래서 엄마에 대한 요동치는 감정은 거의 남아 있지 않았지만 엄마가 보고 싶었던 어릴 적 순간들을 딛고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 한쪽이 아팠다.(235쪽)

인간을 가장 손쉽게 무너뜨릴 수 있는 것도 약이었고 순간적으로 구원할 수 있는 것도 약이었다. 척주 땅에서 시멘트보다 강하고 시멘트보다 독한 것. 완치 가능성 없는 인간들의 비명을 길들일 가장 강력한 진통제.(274쪽)
 
 
■ 차례

프롤로그 _006
1장 _009
2장 _075
3장 _131
4장 _199
5장 _247
6장 _283
에필로그 _358

작가의 말 _365

★ 최은미│ 1978년 강원 인제에서 태어났다. 2008년 『현대문학』 신인추천에 단편소설 「울고 간다」가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너무 아름다운 꿈』 『목련정전(目連正傳)』이 있다. 2014년, 2015년, 2017년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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