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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쁜 쪽으로
김사과
문학동네
2017년 8월 15일 발행
216쪽 | 133*200 | 신국판 변형 | 무선
978-89-546-4637-6
소설집
정상
12,000원

관성을 거스르며 실패한 세계를 야유하는 소설가,
김사과 7년 만의 소설집

과감한 형식실험을 통해 사회비판적인 목소리를 강렬하게 표출해온 김사과의 두번째 소설집. 김사과가 그리는 세계는 여전히 암담하지만, 격정적으로 내달리던 김사과의 서술은 이제 그 호흡을 고르고 냉철하게 이 세계를 진단하기 시작했다.
"더 나쁜 쪽으로"라는 이 소설집의 제목이 말해주듯, 김사과의 전망은 단순한 절망도 희망도 아니다. 사뮈엘 베케트의 「가장 나쁜 쪽으로」를 최상급 대신 비교급 표현으로 바꾼 이 제목은 이 세계가 완전히 끝장난 것이 아니라 더 나빠질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우리는 아직 더 나쁜 쪽을 향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그 비교급의 희망을 김사과가 이야기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이번 소설집의 값진 발견이다.
■김사과 1984년 서울에서 태어나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사창작과를 졸업했다. 2005년 단편 「영이」로 제8회 창비신인소설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장편소설 『미나』 『풀이 눕는다』 『나b책』 『테러의 시』 『천국에서』, 소설집 『02』, 산문집 『설탕의 맛』 『0 이하의 날들』이 있다.
차례



1부

더 나쁜 쪽으로 _011
샌프란시스코 _033
비, 증기, 그리고 속도 _053
지도와 인간 _079


2부

박승준씨의 경우 _099
카레가 있는 책상 _123
이천칠십×년 부르주아 6대 _147


3부

세계의 개 _177
apoetryvendingmachine _199


관성을 거스르며 실패한 세계를 야유하는 소설가
,

김사과 7년 만의 소설집

 

과감한 형식실험을 통해 사회비판적인 목소리를 강렬하게 표출해온 김사과의 두번째 소설집 더 나쁜 쪽으로가 출간되었다. 2010년 첫 소설집 02를 세상에 내놓으며 그녀가 보여준 극렬한 광기와 폭력성은 한국문단에 낯선 충격을 던진 바 있다. 그후 7, 김사과가 그리는 세계는 여전히 암담하지만, 격정적으로 내달리던 김사과의 서술은 이제 그 호흡을 고르고 냉철하게 이 세계를 진단하기 시작했다. 누구보다 예민하게 현대사회의 흐름을 읽는 김사과의 날카로운 시선은 그녀가 그간 발표해온 다양한 장르의 글들에서 이미 그 탁월함이 입증된바, 이러한 냉정한 전망 끝에 이 세계를 향한 그녀의 미약한 애정마저 차갑게 식어버린 것일까.


그렇지만
더 나쁜 쪽으로라는 이 소설집의 제목이 말해주듯, 김사과의 전망은 단순한 절망도 희망도 아니다. 사뮈엘 베케트의 가장 나쁜 쪽으로를 최상급 대신 비교급 표현으로 바꾼 이 제목은 이 세계가 완전히 끝장난 것이 아니라 더 나빠질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우리는 아직 더 나쁜 쪽을 향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그 비교급의 희망을 김사과가 이야기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이번 소설집의 값진 발견이다.

 

 

시대를 앞선 소설가의 필연적인 절망과 격렬한 저항

더 나쁜 쪽으로 갈 수 있다면, 우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더 나쁜 쪽으로는 모두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 실린 소설들은 한국이라는 좁은 무대에서 벗어나 세계를 바라보고자 하는 김사과 소설의 최근 경향을 보여준다. 공간적 배경이 외국으로 설정된 작품뿐만 아니라 구사되는 언어의 경계마저 허물어진 전위적인 작품들도 눈길을 끈다.


1
부의 첫머리에 놓인 더 나쁜 쪽으로는 세상을 향한 분노를 폭력적으로 그려온 김사과 소설이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은 계기가 된 작품이다. 꿈과 현실이 교차하는 몽환적인 서사 속에서, 소설가 는 자본주의에 잠식된 도시를 향한 환멸을 내면으로 침잠시키면서 연인, 나아가 세계의 시스템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길을 걸을 수 있는지 자문한다. 기성 사회의 무대인 거리를 맨발로 빠져나오며 더 나쁜 쪽을 향해 걷는 마지막 장면은 김사과 소설세계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지시하는 듯하다.


파편화된 장면들로 이루어진 단편
샌프란시스코는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있는 그대로 응시하며 소설 속으로 옮겨오고자 하는 시도로 읽을 수 있다. 세계를 인과적으로 이해하고 언어화하려 할수록 그 본질과 멀어지고야 마는 예술의 필연적인 실패에 맞서, 김사과는 현대 예술이 반성적으로 사유하는 주제들을 소설 속으로 끌어들여 고민함으로써 그녀 나름의 해답을 찾아간다.


, 증기, 그리고 속도는 아무런 계획 없이 뉴욕으로 건너온 가 월스트리트에서 일하다 실업자가 된 ‘P’와 만나며 시작된다. 안정된 생활 기반을 마련하지 못한 두 사람은 체류 기간이 만료된 후에도 실체 없는 귀신처럼 뉴욕을 방황한다. 이미 짜여진 사회구조 안에서는 제대로 살아갈 능력이 없는 이 젊은 인물들은 윌리엄 터너의 그림처럼 현재에 영원히 멈춰 있기를 선택한다. 미래 없는 이들 세대가 감추고 있는 불안감이 서서히 읽는 이를 물들여간다.


지도와 인간은 이번 소설집을 통틀어 김사과의 형식실험이 가장 과감하게 드러난 소설로, 작품의 상당 부분이 영문으로 쓰였다. ‘엄마로 대표되는 기성세대와 대립하여 가출한 는 이미 완성되어 있는 지도 같은 세상 속을 고정된 좌표 없이 떠돌다가 결국 저항을 포기하고 집으로 회귀한다. 그날이 의 생일, 즉 세상 밖으로 나왔던 날이라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지도 위에서 아무런 위치값도 갖지 못하는 가 모국어와 외국어를 혼용하며 이야기를 서술해나가는 것은 이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는 불안한 정체감을 드러내는 장치로도 읽힌다.

 


이어지는
2부에서 김사과는 특유의 냉철한 시각으로 한국사회를 좀더 깊이 관찰하고 비판하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박승준씨의 경우는 고시원에 살며 고급 아파트 단지의 분리수거함에서 옷을 주워 입던 비루한 대학생 박승준씨가 우연히 디오르 슈트를 손에 넣으며 힙스터로서의 화려한 하룻밤을 보내는 이야기이다. 소비자본주의에 포획된 젊은이들의 눈에 명품 슈트와 함께 낡은 티셔츠와 신발을 매치한 박승준씨는 자신만의 감각으로 유행을 비틀 줄 아는 진짜 힙스터로 비친다. 그러나 주운 슈트가 박승준씨에게 선사한 새로운 경험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 못하고, 이내 허망한 끝을 향해 나아간다.


카레가 있는 책상은 고시원에서 인스턴트 카레를 먹으며 생활하는 인간혐오자 가 혐오범죄를 계획하고 실행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는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고시원 사람들에게 집단 린치를 당한 뒤 타인에 대해 강한 혐오감을 갖게 된다. 그 혐오감은 에게 친절했지만 사실은 남자친구가 있었던 한 알바생 여성에게로 모아지고, ‘는 그 여성을 해치기 위해 스토킹하기에 이른다. 잠재적 범죄자의 심리에 대한 극사실주의적인 묘사와, 혐오의 대상이 혐오감정에 전염되어 혐오의 주체로 전환되는 메커니즘을 해부하는 날카로운 사유가 두드러진다.


이천칠십×년 부르주아 62070년대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한국 재벌이 6대째에 이르렀을 때 벌어질 혼란을 상상하며 자본주의 체제를 풍자한다. ‘부자는 3대를 못 간다는 속담에서 구상을 시작하여, 김사과 스스로 쓰는 재미를 만끽하며 단숨에 써내려간 듯한 유머러스한 작품이지만, 부의 편중과 계층 간 격차 등 심각한 사회문제가 다뤄지고 있어 마냥 가볍지만은 않게 읽힌다.

 


3
부에는 김사과가 쓴 시들이 처음 묶였다. 각각 8편의 시로 구성된 세계의 개apoetryvendingmachine이라는 두 작품이 그것이다. 지면에 한 번도 발표된 적이 없기에 더욱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 작품들은 장르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리고자 하는 김사과다운 시도라 하겠다.


장르가 바뀌어도 현대사회를 향한 김사과의 신랄한 비판과 뚜렷한 저항의식은 여전하다
. 1부와 2부에서 접한 소설 속 인물의 육성이 3부의 시 속에서 문득 들려오는 경험으로 독서를 완결함으로써, 우리는 더 나쁜 쪽으로를 김사과가 구축해낸 또하나의 완전한 작품세계로서 한눈에 조망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김사과 소설의 인물들은 뉴욕과 서울의 현재를 살아나가는 환상 없는 세대다. 그들은 메갈로폴리스라는 광야에서 완충재 없이 현실과 맞닥뜨리고 있는 현대의 인간들이다. 애정, 낭만적인 꿈, 가족의 살가움, 살고자 하는 의지, 우정뿐 아니라 최소한의 공동체적 정서를 일깨우는 모국어라고 하는 완충재마저 희미해진 인물들이다. 광야에서 방황하는 그들에게 주어진 것은 불일치들을 오가는 불명확한 지도들뿐이다.

주어 없이 말해지고 있는 더 나쁜 쪽으로의 주어는 현대사회일 수도 있고, 그 사회의 벌거벗은 현대인일 수도 있다. 어느 주어든, 술어는 더 나쁜 쪽으로 간다. 소설의 인물들은 젊지만 그들이 헤매는 광야에선 그 젊음도 가치 없이 쓰이고 버려지며 대부분 거추장스러워진다. 그들은 광야에서 스스로 이야기가 된다. 당대와 이만큼이나 예민하게 조응하는 김사과의 감각은 보기 드문 것이다. _백민석(소설가)

 

더 나쁜 쪽으로가 그리는 것은 세계의 조망 불가능 자체다. 이 세계는 조망되지 않는다. 우리는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을 인식할 수 없고, 우리 자신에게 닥친 일조차 이해할 수 없다. 우리는 눈이 멀었고, 우리는 감동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저 일시적으로 반응할 따름이다. 어쩌면 우리는 이미 인간조차 아니다…… 이 소설이 무표정하고 심드렁한 얼굴로 제시하는 이 진실을 어떻게 마주하면 좋을까.

더 나빠질 수 있을까? 우리가 진정, 더 나쁜 쪽으로 갈 수 있을까? 최소한 김사과의 소설은 그것을 긍정한다. 우리는 더 나빠질 수 있다. 우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_황인찬(시인)

 

 

본문 중에서

 

어디서나 외국어가 들려오는, 예술가와 여행자들의, 지중해와 캘리포니아가 뒤섞이는, 정부와 기업이 사랑하는, 우리 모두가 사랑하는 그 거리의 끝에서 돌연 역이 나타났을 때 나는 당황하여 외친다. 나는 너를 알아! 거리가 답한다. 여기가 세계의 중심이다. 그리고 하늘에서 말들이 쏟아지기 시작할 때 착란의 경계에서 나는 겨우 중얼거린다. 저 말들을 손에 쥐지 않겠다. 더위와 갈증이 빚어낸 내 머릿속 요설을 무시하겠다. 눈앞에서 오래된 역이 주저앉아서는 안 된다. 거리가 나를 향해 소리쳐서는 안 된다. 단어들이 눈처럼 쌓여서는 안 된다. 이 정신 나간 거리를 통째로 뜯어내어 문장 속에 구겨넣고 싶다는 욕망은 금지되어야 한다. 감정은 불에 태워 하수구에 흘려보내야 한다. 내 앞에서 반복되는 저 거리와 꽉 찬 사람들의 비극을 무시해야 한다. _더 나쁜 쪽으로, 15

 

그러고 나서 한동안 우리는 사이가 좋았다. 어느 때보다 다정했다. 오래된 부부 같기도 했다. 그러니까 그게 닥쳐오기 전까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거. 현실? 글쎄, 뭐 그런 거. 우리가 유일하게갖고 있지 않은. 나는 그가 불안해 보일 때마다 다 잘될 거라 위로했다. 그러면 그는 더 불안해했다. 그렇게 하루가 갔다. 또 하루가 갔다. 그렇게 우리는 지냈다. 신기할 정도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파국이 닥치는 데는 의외로 시간이 많이 든다. 허용된 시간 동안 우리는 꽤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그게 아무런 의미가 없는 짓이라고 해도. 하지만 내일은 저멀리 있다. _, 증기, 그리고 속도, 76

 

점멸하는 빛의 섬들, 그것들을 포함하는 수천수만 컷의 지도들, 시간은 흐르고, 불일치들을 오가는 불명확한 지도들이, 그것들이 다시, 내가, 아마도? 하지만 어떤 지도에도 내 위치로 삼을 만한 곳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나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내겐 하나의 점도, 선도, 숫자도, 즉 어떤 위치값도 없다. 분명 나는 이렇게 살아 숨쉬고 있는데, 그날 영화관의 기억, 199575, 아빠한테서 나던 담배 냄새, 그 빛의 다발들이 여전히 내 눈앞에서 폭발하고 있는데…… _지도와 인간, 90

 

인간혐오자인 내가 어떻게 인간인 그녀에게 좋은 감정을 가질 수 있는가? 그녀가 나에게 친절하든 뭐든 귀엽든 나발이든 그녀는 인간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마음이 편해졌다. 나는 당당하게 방으로돌아와 카레를 먹었다.

그 버블티 여자 사건은 큰 교훈이 되었다. 그뒤로 나는 어지간한 상황에서 마음이 풀어지려는 순간을 곧바로 혐오 기제를 이용하여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 좀더 성숙한 것이다. 누군가가 아주 역겨울 때도, 누군가가 지나치게 따뜻할 때도 효과가 있었다. 거참 자랑스럽다. 하지만 다시 한번 강조하는데, 나는 단지 내 마음이 편하자고 인간을 혐오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인간이 혐오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혐오할 가치가 있다. _카레가 있는 책상, 132~133

 

두 진수에 의해 시작된 기이한 풍습은 놀랍도록 빠르게 한국 부르주아의 전통으로 뿌리내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것은 혁명이란 이름으로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그들의 기이한 습속은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우스꽝스럽게 보일 뿐이었지만 일반인들의 눈은 중요하지 않았다. 아니, 기이해 보일수록 좋았다. 그들은 다른 이들과 근본적으로 구별되기를 바랐다. 더 우스꽝스럽게, 뼛속 깊이 다르기를 원했다. 그 욕망을 만족시킬 수 있다면 뭐든지 좋았다. 그렇게 한국 부르주아의 새로운 3대는 새롭게 기이한 번영의 길로 들어섰다. _이천칠십×년 부르주아 6, 159

 

 

 

수록 작품 발표 지면

 

1

더 나쁜 쪽으로 …… 『작가세계2011년 봄호

샌프란시스코 …… 『문학동네2012년 가을호

, 증기, 그리고 속도 …… 『문학과사회2015년 가을호

지도와 인간 …… 『창작과비평2015년 봄호

 

2

박승준씨의 경우 ……『GQ20113월호(부록 A MAN WITH A SUIT)

카레가 있는 책상 …… 『자음과모음2015년 겨울호

이천칠십×년 부르주아 6…… 『문학동네2016년 가을호

 

3

세계의 개 …… 미발표

apoetryvendingmachine …… 미발표

 

 

 

김사과 1984년 서울에서 태어나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사창작과를 졸업했다. 2005년 단편 영이로 제8회 창비신인소설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장편소설 미나』 『풀이 눕는다』 『b』 『테러의 시』 『천국에서, 소설집 02, 산문집 설탕의 맛』 『0 이하의 날들이 있다.

 
문학동네 031-955-8888
문학동네 어린이 02-3144-3237
교유서가 031-955-3583
글항아리 031-955-8898
나무의마음 031-955-2643
난다 031-955-2656
달출판사 031-955-1921
루페 031-955-1924
벨라루나 031-955-2666
싱긋 031-955-3583
아우름 031-955-2645
아트북스 031-955-7977
애니북스 031-955-8893
앨리스 031-955-2642
에쎄 031-955-8897
엘릭시르 031-955-1901
오우아 031-955-2651
이봄 031-955-2698
이콘출판 031-955-7979
포레 031-955-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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