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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예술에 미치다 - (무색미학으로 본 한국인의 미의식)
전기열
아트북스
2017년 1월 17일 발행
336쪽ㅣ170*220 | 신국판 변형 | 무선
978-89-6196-285-8
정상
25,000원

30년 수집 인생의 완성을 맛보게 해준 백자 항아리("백자 무문 입호")를 시작으로, 조선 도자기의 아름다움과 도자기에 깃든 한국인의 미의식에 관한 이야기를 소장품과 함께 실증적으로 들려준다. 단순한 수집 체험기나 소장품 소개, 미의식을 다룬 연구서가 아니라 폭넓은 지식과 수집 체험을 바탕으로, 불가사의한 흰색의 비밀을 투명하게 풀어간다. 그것도 불교와 선(禪), 원효의 사상에서 찾아낸 무애(無碍) 정신을 바탕으로, 우리 흰색의 아름다움을 "백색미학(白色美學)"이 아닌 "무색미학(無色美學)"으로 명명하고, 조선 도자기의 단순미, 색과 선의 특질, 기법적인 면, 한국과 일본의 미의식 차이 등을 깊이 음미하며 조선이 미를 보는 기준을 다각도로 밝힌다. "불광불급(不狂不及)". 저자는 조선 도자기에 "미쳐서" 조선 예술의 미의식에까지 "미친", 공부하는 컬렉터다.
 1952년 경남 김해에서 태어났다. 이십대 때부터 고미술에 관심을 가졌다. 주택건설 사업을 하며 고미술을 애호한 컬렉터로, 그 경험을 살려 갤러리 아르바자르 대표, 미술교양지 계간 『이모션』 발행인, 우즈베키스탄 예술아카데미 국제교류위원 등을 각각 역임했다. 현재 케이엔유㈜ 대표이사·회장이자 ㈜솔바테크놀러지 회장, 한국조선백자연구소 소장으로 있다.
서문

1. 조선 도자기와 예술의 개념

2. 조선 도자기와 원효사상

3. 조선 도자기의 단순미
*수집 이야기__골동에는 귀신이 산다

4. 조선 예술, 색의 성질
*수집 이야기__안목과의 싸움

5. 조선 예술, 선의 성질
*수집 이야기__우리 골동 문화의 그늘

6. 조선 도자기의 이해
*수집 이야기__골동, 지지고 볶고 짝지어 주기

7. 조선 사발의 이해
*수집 이야기__수집의 비결과 엿 바꿔 먹은 그림

8. 조선 도자기의 평가

발문
참고자료
왜 흰색이 아닌데 백자라고 할까?
―한 컬렉터가 미친 조선 도자기의 아름다움
 
30여 년간 조선 도자기를 수집한 한 컬렉터에게 어느 날 상처 입은 백자 항아리〔‘백자 무문 입호’(76쪽 도판 참조)〕 한 점이 찾아든다. 아가리(口緣部)의 일부가 깨져서 없었지만 당당하고 미끈한 자태에, 첫눈에 반한다. ‘걸물’이었다. 그는 ‘간이용 술독’쯤으로 사용된 듯한 이 항아리를 소장하기 전에, 관요에서 생산된 빛깔이 희고 그림이 좋은 항아리를 여러 점 갖고 있었다. 모두 세간에 알려진 값비싼 기물이었다. 그런데 이변이 생긴다. 그 모두를 처분한다. 왜냐하면 자신의 “안목을 절정에 이르게 한 이 한 점 외에는 욕망이고 집착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름의 미감을 갖게 되면서 고미술품을 단순히 부와 명예의 대상으로, 또는 투자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은 충만하고 온전한 삶을 살아가는 데 성숙하지 못하다는 점을 깨닫고, 미적인 관점에 보다 비중을 두어 기물을 관조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은 저자에게 오랜 수집 인생의 완성을 맛보게 해준 이 항아리를 시작으로, 조선 도자기의 아름다움과 조선이 미를 보는 기준, 도자기에 깃든 한국인의 미의식에 관한 이야기를 소장품과 함께 들려준다. 그것도 단순한 수집 체험기나 소장품 소개가 아니다. 그렇다고 한국인의 미의식을 체계적으로 다룬 연구서도 아니다. 한중일 도자기의 역사와 특성, 제작방법, 국내 불교사와 일본 문화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수집 체험을 바탕으로, 조선 예술을 보는 기준을 제시하고 소장품들로 실증한 조선 예술의 내면 읽기다. 
 
불가사의한 흰색의 비밀
“백자란 용어는 실로 미스터리가 아닌가. (중략) 우리는 흰색이 아닌데도 백자라 한다. (중략) 어째서일까? 흰색도 아닌 것을 가지고 우리는 왜 백자라 하는가? 제조 기술에 따른 명칭에 불과한가? 아니면 조선의 도자기에 표현된 다양한 색상을 모두가 흰색이란 뜻인가? 정말 불가사의한 일이 아닐 수 없다.”(81쪽)
 
저자의 문제의식은 소박했다. 도자기를 수집하면서 백자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듯이 흰색뿐만 아니라 미묘한 색상 차가 무수히 존재함을 알고는 의문을 품었다. “백자의 빛깔은 회백, 미백, 유백, 청백 등 너무 다양해서 나 같은 오래된 ‛꾼ʼ도 딱 잘라서 무슨 색이라고 말하기가 쉽지 않다.”(195쪽) 왜 흰색이 아닌데 백자라고 할까?
 
시작은 우리의 미의식에 큰 영향을 끼친 일본인 민예운동가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悅, 1889∼1961)의 ‘비애의 미’론이었다. 1920년대에 한국의 백색을 ‘비애의 미’로 해석한 야나기는, 한민족이 사랑한 흰색을 상복(喪服)의 색이며 생활에서 즐거움을 잃은 쓸쓸한 색으로 덧칠하고는 우리 민족을 패배적 슬픔을 간직한 서글픈 민족으로 만들었다. 또한 선(線)의 미가 조선 예술을 지배하는 특질이라며, 조선의 예술에는 형태의 미(중국)와 색채의 미(일본)가 부족하기 때문에 그 선(한국)마저도 서글픈 ‘애상의 미’를 띤다는 논리를 폈다.
 
식민지 사관이 반영된 그의 미론은 자생적인 미의식의 부재 속에 주인행세를 하는 바람에, 우리 민족이 ‘한(恨)의 문화’를 지닌 민족으로 왜곡되었고, 이후 작가들의 창작 등 문화예술 전반에 걸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리고 이에 대항하여 학자들은 우리의 미의식을 재정의하고자 비판적인 연구를 계속해왔다. 
 
한국미술시학의 태두인 우현 고유섭을 필두로 제자격인 미술사가 김원룡, 최순우 등이 가세하여 야나기의 미론과 다른 미의식을 언급했지만 그 역시 야나기의 시각을 벗어난 것은 아니었다. 이들 외에도 저자는 비판적인 시각을 표명한 윤희순(미술 평론가), 최하림(시인), 오병욱(작가), 박계리(미술사가), 탁석산(철학자) 등의 논의를 재론하며, 흰색에 대한 야나기와 유명 미술사가들의 한계와 미진한 점을 꼬집는다. 저자 역시 야나기의 영향권 속에 있음을 숨기지 않는다. 그러면서 이민족이기에 어쩔 수 없었던 야나기의 단견을 지적하고, 그것을 다른 지점에서 검토하고 해석한다.
 
“따라서 미를 인식하고 기술하는 방식은 표면상으로 야나기 무네요시나 나나 거의 다를 바 없어 보인다. 그러나 조선의 예술에서 한국미를 추출하는 목적과 내용은 분명히 다르다. 야나기가 자신이 원하던 ‘민중성’을 조선의 예술에서 발견하고, 미학에서 조선 예술을 서양 중심주의를 역전시키는 결정적 근거로 삼고자 했다면, 나는 우리 민족의 미적 현상의 공통점을 한국 철학에 근거해 해석함으로써 한민족의 타고난 성정으로 조선의 미를 관조했고 야나기의 미론을 재해석해 조선의 미를 기술했다.”(103쪽)
 
미의식의 시원에서 만난 원효와 선(禪) 사상
저자가 주목한 한국 철학이란 무엇인가? 우리 미의식의 시원에는 불교가 있고, 원효(元曉, 617∼686)와 선(禪) 사상이 있다. 이를 토대로 야나기와 다른 시각을 제시한다. “모든 것에 걸림이 없는 사람은 태어나고 죽는 것에서 벗어난다.(一切無碍人 一道出生死)” 저자는 『화엄경』의 이 게송에 나오는 ‘무애인(無碍人)’에 밑줄을 치고, 이를 ‘진정한 자유인’으로 해석한다. 그리고 이것이 한민족의 성정이자 조선 도자기를 만든 도공들의 마음이었고, 이 마음 때문에 조선 도자기가 형식에 얽매이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한민족의 성정은 불교 중에서도 원효의 무애사상의 기초 위에서 성장한 선불교가 바닥에 깔려 있다. 즉 한민족의 심성은 ‘선(禪)’이 내면화되면서 매사에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본질만을 파악하는 관념적 성향으로 발전하였다. 때문에 조선인의 미적 표현은 자연으로 돌아간 듯 단순 소박미가 나올 수밖에 없다. 그래서 조선 예술의 ‘선(線)은 지극히 자연스럽게 느껴진다.”(102쪽)
 
저자는 조선 도자기의 아름다움을 진정으로 맛보려면 우리 미의식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수이고, 우리 미의식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원효의 ‘일심(一心) 사상’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일심이란 ‘하나의 마음’이다. 분별이 없는 평등한 세계다. 그리고 불교의 선 사상이 우리 문화를 지배하는 중요한 특질이라며, 조선 도자기의 단순미와 선 사상과의 관계를 규명한다. 그래서 “때로는 한민족의 타고난 성정으로 조선의 미를 관조했고 때로는 야나기의 미론을 재해석해 조선의 미를 기술”(103쪽)한다.
 
그렇다면 흰색에 대한 저자의 생각은 어떤 것일까? 우선, 백자와 의복에 나타난 흰색 스펙트럼의 넓고 다양함에 주목하고, 우리 선조들은 어느 정도까지를 백(白)으로 인식한 것일까, 라고 묻는다. 이런 의문은 뜻밖의 결실을 맺는다. 그것은 ‘백’의 의미와 실제 ‘백’ 사이에 존재하는 하나의 공통 요소, 즉 ‘무지(無地)’의 발견으로 이어졌다.
 
“조선백자의 색깔이 다양하나 그것들이 무지면 그 색들은 하나같이 평등하다. 평등이 무엇인가. 평등은 가치다. 그 가치를 사랑해 흰옷과 흰색을 통일신라시대부터 고려시대를 거쳐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선택적으로 사랑하고 즐겨왔다.”(99쪽) 
 
“불교에서는 언제나 ‘무(無)의 미(美)’야말로 진정한 아름다움이며 가치라고 여긴다. 그래서 나는 우리 흰색을 논할 때 백색미학(白色美學)이라 하지 않고 무색미학이라 한다.”(94쪽)
 
‘무색미학’과 우리 흰색의 참모습
저자가 말하는 무지는 색이 있고 없음을 나누는 차별성에서 나온 시각이 아니라 ‘다름이 없다’는 동질성의 관점에서 나온 관념적 색이다. 그래서 “무지는 한 빛깔로 무늬가 없는 물건을 말한다. 우리 민족은 흰옷이든 백자든 색상에 상관없이 단색의 물건이면 모두 다 ‘무지’라고 했다. 그렇다면 옛날 사람들은 ‘색’으로서의 ‘백’이 아니라 ‘같음’으로서의 ‘백’을 인식했던 것이 아닐까?”(96쪽)라고 한다. 그러니까 저자가 보기에 무지로서의 흰색은, 실제 색상은 다 달라도 우리 선조가 관념적으로 동일하게 본 결과이자, 한 걸음 더 나아가 무색으로서의 흰색은 색상이나 순도가 없다는 본래의 뜻으로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색상이나 순도는 의미가 없다’는 관념으로 색을 이해한 결과가 된다.
 
불교의 관점에서 보면, 실제상의 각 색깔들은 평등한 존재다. 그리고 다양한 색깔은 무지라는 통일된, 전체적 의미에서는 하나의 색깔을 갖는다. “우리 선조는 바로 그 하나의 색깔을 꾸밈이나 거짓이 없고 순수하다고 느끼는 소박한 흰빛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인식 과정이 ‘선의 세계’와 ‘무지의 세계’는 평등의 관점에서 보면 서로 다른 세계가 아니라 하나의 세계라는 뜻이다.”(99쪽)
 
조선 도자기가 한국불교의 영향을 받은 것에 착안한 저자는 불교가 말하는 ‘무(無)’의 성질에서 흰색의 비밀을 찾았다. 그것도 일상에서 단순함의 가치를 선호하는 선 사상이 중요한 단서가 되는데, 다양한 무지에 ‘평등’을, 아무런 색깔이 없는 무색에는 ‘윤회’를 각각 담았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 흰색의 아름다움을 ‘무색미학(無色美學)’으로 명명한다. 이를 토대로 조선 도자기의 단순미, 색과 선의 특질, 기법적인 면, 한국과 일본의 미의식 차이 등을 깊이 음미하며, 조선이 미를 보는 기준을 다각도로 밝힌다. 무색미학은 저자가 찾아낸 우리 미의식의 키워드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들 수 있다. 유교국가인 조선시대에 불교가 도자기의 배경이라 하면, 주장에 어폐가 있지 않느냐는 점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선 사상의 내면화에 주목한다. 비록 조선시대가 불교의 암흑기이긴 했지만 우리 민족의 내면에는 신라시대부터 전개된 불교의 생활화 운동과 때마침 들어온 선의 영향으로 이미 생활 속에 선 사상이 면면히 흐르고 있어서, 시대의 지배적인 이념과 무관하게 독특한 도자기가 탄생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한민족에게는 선 사상이 내면화되어 있다. 나는 그것이 우리 미의식의 주인이라 믿는다. 때문에 우리 미의식은 그때그때 생기는 일반적인 감정이 아니라 지극히 순수하고 단순하게 숙성된 고유의 감정이라 하겠다.”(53쪽)
 
소장품으로 본 조선 도자기의 특질
책의 후반부(‘7. 조선 사발의 이해’, ‘8. 조선 도자기의 평가’)에서는 자신의 소장품을 소개하며 선조들의 마음을 바탕으로 조선 도자기의 아름다움과 성질을 자세히 이야기한다. 백자 사발인 ‘버마’ ‘불유구’ ‘유객우’, 그리고 중국의 천목다완 ‘부용지’와 ‘백자 달항아리’ ‘분청사기 덤벙분청’ ‘백자 무문 종지’ ‘백자 무문 병’ ‘백자청화 매조죽문병’ ‘백자철화 매죽문각병’ ‘백자철화 매조죽문 입호’ ‘백자철화 매조죽문 호’는 저자의 생각을 실물로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모양은 동그스름한 것이 보름달을 연상케 한다. 그림도 잘 그렸다. 경지가 높은 화공의 필력이다. 매화가지에 새 한 쌍이 마주보고 앉아 있다. 서로를 쳐다보는 눈초리에는 사랑이 가득하다. 조선 선비의 절개를 상징하는 대나무는 단필로 쳐놓았다. 선과 깔, 그림이 여백과 조화를 이루면서 아름다움을 한껏 뽐낸다.”(235쪽, ‘백자철화 매조죽문 호’)
 
자신이 좋아하는 물건에 대한 애정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도판이나 실물을 눈으로 보고 연구하는 도자기 관련 학자들과 달리 생활 속에서 도자기를 직접 사용하고 만지며 체득한 느낌과 마음의 결이 생생하다. 또 저자는 도자기는 눈으로 감상하는 것도 좋지만 실제로 그 살결을 만져봐야만 온전히 즐길 수 있다고 한다. 
 
“조선 자기는 대상의 본질을 보려는 마음으로 손으로 직접 만지면서 보고 느끼고 즐겨야 감동이 온다. 그것이 우리 민족의 문화적 특성이다. 나는 직접 손으로 만져보기 전에는 조선 도자기의 가치를 함부로 평하지 않는다. 감을 제대로 잡기 전에는 절대 그 진가를 알 수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201쪽)
 
소장품을 소개할 때마다 역사적인 맥락과 일본의 미의식, 수집노하우, 도자기를 보는 눈 등이 동행한다. 고미술 컬렉터 특유의 애정지수를 확인할 수 있다.
 
컬렉터가 털어놓은 수집 노하우
각 장의 뒤에 붙인 5편의 <수집 이야기>도 흥미롭다. 저자가 직접 체험한 수집 일화여서, 깨알 같은 재미와 묵직한 교훈이 살아 있다. 특히 수집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귀 기울일 대목이 한둘이 아니다.
  
저자가 겪은, 사람 잡는 ‘골동귀신’ 이야기(「골동에는 귀신이 산다」), 안목을 얻으려면 골동귀신에도 홀려보고 돈에 대한 절박한 심정도 가져야 한다는 점(「안목과의 싸움」), ‘가이다시’와 ‘호리다시’로 본 우리 골동 문화의 초상과 ‘호리꾼’의 세계(「우리 골동 문화의 그늘」), 주인과 수집가의 사이에 벌어지는 흥정놀음과 짝지어준 골동 이야기(「골동, 지지고 볶고 짝지어 주기」), 질 좋은 기물(器物)을 수집하는 비법과 엿 바꿔먹은 소정 변관식(1899~76) 선생의 그림에 관한 일화(「수집의 비결과 엿 바꿔 먹은 그림」)는 본문 못지않은 별미다. 컬렉션으로 산전수전 다 겪어본 컬렉터만 할 수 있는 이야기다. 
 
“만약 진정한 수집가가 되기를 원한다면 딱 한 점만 소장하라는 것이다. 그 전에, 박물관이든, 소장자든 빼어난 기물의 소장처를 찾아다니면서 충분히 눈으로 익혀야 한다. 비로소 그 이상의 기물이 나타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눈앞에 영혼을 흔드는 일생일대의 기물이 나타나면 혼신을 다해 그 한 점을 소유하면 된다. 수집인생은 그것으로 완성된다. 두 점부터는 무거운 짐이다. 낭비에 불과하고 탐욕이었음을 나중에 깨닫게 된다. 나는 이 사실을 자각하기까지 무려 30년의 세월이 걸렸다.”(326쪽)
 
도자기를 애호하는 마음이 저자를 평범한 컬렉터에 머물지 않고 자기만의 미의식을 계발하고 사유하는 컬렉터로 거듭나게 했음을 알 수 있다. 그것도 공부에 수집이 더해진 경우가 아니라 수집에 공부가 더해진 경우다. 옛말에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不狂不及)고 했다. 저자는 조선 도자기에 ‘미쳐서’ 조선 예술의 미의식에까지 ‘미쳤다’. 나아가 저자의 생각은 조선의 예술을 보는 차원을 넘어 우리시대에 필요한 사상의 차원으로까지 확장된다. 
 
“무애사상은 진정한 자유정신을 주장한다. 무애인은 자주성과 개성에 의해 적극적으로 자유를 실천하는 행위자다. 이는 원효의 철학이지만 우리 선조들부터 물려받은 우리의 본성이 체화된 진정한 우리 모습이기도 하다. (중략) 나는 조선 도자기를 벗하며 원효의 무애사상이, 그의 소통 철학이 직접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330~3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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