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고 춤추고 여름하라 (문학동네시인선 029)
저자 신동옥
출판사 문학동네
발행일 2012년 10월 29일 발행
사양 160쪽|130*224|신국판 변형|무선
ISBN 978-89-546-1941-7
분야
도서상태 정상
가격 8,000원


도서소개

신동옥의 이번 시집은 깊은 어둠과 우울의 끝에 잔혹하게 반짝이는 유머를 숨기고 있다. 하여 『웃고 춤추고 여름하라』를 읽는 것은 잔혹한 유머의 리듬을 타고 언어의 춤을 추는 시 속에 끼어들어 마음으로 느껴지는 자신의 문법을 만드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

저자소개

1977년 전남 고흥에서 태어났다. 한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2001년 『시와반시』 신인상 공모를 통해 시단에 나왔다. 시집으로 『악공, 아나키스트 기타』가 있다. 2010년 제5회 윤동주문학상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목차보기

시인의 말

제1부
왈츠
동복(同腹)
Back Door Man
역접(逆接)
첫, 월경하는 누이를 씻는 백야의 푸주한
회기(回期)
이슬점
이사철
몰일(沒日)
엉겅퀴
제육의 문
맹금이
시나위

제2부
친친
브론테의 계절
깃-아뜨레
아뜨레-깃
이복(異腹)
무궁동(無窮動) 왈츠

제3부
도감에 없는 벌레
수피 여자
시나몬 쟁탈전
1년 후의 개봉관
앙코르
음역(陰易)
초파일 산책
조서
콜라 먹고 춤췄지
간빙기
꽃은 피고 주먹은 마른다
합창
외경(外經)
나는 화부

제4부
위경(僞經)
남양
Wolf Moon
우주 백반
청상
에밀
조청
한센이라는 이름의 병
포역(暴逆)의 무리여, 번개의 섭리를 알고 있다
간척지
물풀
낚시철
돈사 외인 출입 금지
옥수수족
브라스의 계절
곡우(穀雨)

제5부
발라드
윅또르와 나
노란 스웨터를 입은 잔느
혁명 전야를 향해 달리는 사마르칸트 기병대의 밀지
너는 네가 먹는 그것이며 네가 먹을 그것이며 다시는 먹지 않을 그것이다

해설 | 구렁이는 과연 자기 꼬리를 찾을 수 있을까?
| 강정(시인)

편집자 리뷰

“누군가의 상처에 키스를 퍼붓는 악마의 심정으로

입 다물고 가슴 열고 심장을 단단하게 조인 채 춤출 준비”

-극단을 뒤집어 보이는 진지함의 끝에서 잔혹하게 반짝이는 유머

 



시에 대해 이야기할 때 흔히 ‘이미지’를 떠올린다. 어떠한 현상을 감각으로 받아들여 마음속에서 형상으로 재생한 것. 시인의 감각을 통해 새로이 그려진 그림을 보는 것은 시를 읽는 하나의 즐거움이다. 어쩌면 시인은 언어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또 한편으로는 시인을 이르러 가인(歌人)이라 부르기도 한다. 시가 한 편의 노래이기도 하다는 것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이야기. 시인은 멜로디를 사용하지 않아도, 언어로 읽는 이의 마음속에 저마다의 선율을 선사한다. 시는 그렇게 그림을, 음악을 언어로 한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시인이 쓰는 언어는 특별하다. ‘소설어’라는 것은 없어도 ‘시어’는 있는 것이 바로 그 이유가 아닐까. 그러나 시에는 알아들을 수 없는 전혀 다른 외계어가 담긴 것이 아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단어들로 씌어졌을지라도 그것에서 우리는 일상의 언어 너머의 언어를 만날 수 있다. 혹자들이 시가 어렵다고, 난해하다고 하는 것은 아마도 그런 이유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신동옥은 낯설고 새로운 시어를 유려하게 구사하는 시인 중 한 명이다. 그는 자신만의 언어로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첫번째 시집에서 그는 악공을 자처하며 “가히 ‘환음경(幻音經)’이라 지칭할 만한 절창들을”(박정대) 쏟아냈다. 그리고 지금, 여기에 또 한 가지가 추가된다. 그것은 바로 춤. 그는 언어로 춤을 추는 시인이기도 하다. 그의 두번째 시집 『웃고 춤추고 여름하라』에서 그 진지한 춤사위를 감상할 수 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일상의 언어가 가진 의미 그대로 그의 시에 접근한다면 독자들은 곧 스텝이 엉키고 박자를 놓쳐버리고 말 것이다. 그렇다면 그의 시에 다가서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그의 춤을 감상하기 위해 시의 리듬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이 시집의 서시가 그 길잡이가 되어준다.

 


증오, 내게로

 


어느 죽은 자의 머리카락이 너를 친친

어느 죽은 자의 머리카락이 너를 하늘 너머로 실어갔다

 


머뭇머뭇 다가서며 스멀스멀 서로를 말미암는 악다구니며

선뜻 다가서지 못하고 멈칫멈칫 조금씩 스며드는 변명이

 


단 한 발짝의 무용도 안무하지 않았다*

 


증오, 내게로

 


몸부림마다 묻어둔 내밀한 문법이여

여태 우릴 이력한 눈먼 믿음의 무릎이여

 


곡은 무용곡-모든 음악은 무용곡이다**

 



*제롬 벨(Jerome Bel).

**김수영, 「반달」에서.

_「왈츠」 전문

 


시작은 왈츠. 서로 부드럽게 회전하며 은밀한 대화를 나누기에 적절한 춤곡이다. 그런데 이 아름다운 춤 안에 짙은 어둠이 깔려 있다. 자신의 의지로 몸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어느 죽은 자의 머리카락이 너를 친친” 감아 “하늘 너머로 실어”가고, 증오는 내게로 돌아온다. 춤은 어느새 몸부림이 되고 우리가 기대한 내밀한 문법은 그 속에 묻혀 있다. 함께 춤을 추며 은밀한 대화를 나눌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보기 좋게 빗나가버린다. 그러나 낙심할 필요는 없다. 바로 이것이 신동옥의 시를 읽는 열쇠가 된다. 1부를 여는 시작 페이지에 적힌 가수 김두수의 말을 상기해보자.

 


말하지 마라, 가슴으로 느낄 뿐

 


그렇다. 시인은 내밀한 문법은 몸부림에 묻어두고 그저 느끼면 된다, 라고 김두수의 노랫말을 빌려 독자들에게 처음부터 알려주고 있다. 그것은 자신의 시에서 보이는 지극한 언어도단의 상태 앞에서 그 의미를 헤아리려 하다 길을 찾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독자에게 던지는 사전 충고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다음 시에서 좀더 구체적으로 방향을 잡아주고 있다.

 


우리는 함께 친친 믿음을 나눕니다 친친에서 친친까지 당신과 나는 서로를 바꾸기 위해 몇 블록의 삶을 팽개쳤는가 화가 난 당신은 제멋대로 친친의 위치를 바꾸고 화가 난 나는 말도 없이 친친해대고 여전히 여러모로 친친한 관계 속에 놓인 당신이 나를 향해 친친할 때 커질 대로 커진 나의 신음은 젖은 친친의 음모를 건드리고 곤두선 핏줄은 기괴한 자세로 친친을 짓누르고 찢긴 나의 윤무에 끼어들어 너 자신을 발명하라

-「친친」 부분

 


친할 친(親) 자의 음운 병렬로도, ‘든든하게 바투 감거나 동여매는 모양’이라는 뜻으로도 읽히는 친친이라는 말은 위의 시에서 두 가지 어떠한 뜻도 무용해져버리거나 그 자리에서 각각의 뜻으로 자유로이 몸을 바꾸며 시 속에 녹아든다. 그 속에 담긴 의미를 굳이 가려내지 않더라도 느껴지는 리듬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신동옥이 풀어놓는 이번 시집의 “모든 음악(시)은 무용곡”이니 우리는 시인의 “윤무에 끼어들어” 스스로의 문법을 만들면 될 일이다.

 


그런데 춤을 추기엔, 그 의미를 깊이 파헤치지 않고 느낌만으로도 신동옥의 시는 너무 어둡고 진지하다. 죽음과 소멸, 절망과 근친의 흔적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상처와 미망으로 범벅된 타인의 가계를 엿본다는 건 그 자체로 치명적인 고통”(강정)일 터. 하지만 신동옥은 일찍이 첫번째 시집에서도 울음마저 노래로 만든 시인이 아닌가. “고독에 중독된 악공만이 연주할 수 있는” “거대한 몽상과 고독의 제국”(박정대)을 세운 시인이 아닌가.


비극이 극에 치달으면 희극이 되듯, 진지함과 어둠도 끝까지 가면 지독한 유머가 된다고 시인은 믿고 있는 듯하다. 영화 <마더>의 저 인상적인 엄마의 춤처럼, 섬뜩하고 잔혹하지만 거기서 새어나오는 웃음. 이처럼 신동옥의 이번 시집은 깊은 어둠과 우울의 끝에 잔혹하게 반짝이는 유머를 숨기고 있다. 하여 『웃고 춤추고 여름하라』를 읽는 것은 잔혹한 유머의 리듬을 타고 언어의 춤을 추는 시 속에 끼어들어 마음으로 느껴지는 자신의 문법을 만드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

 


어떤 류의 진지함은 극단을 뒤집어 보이며 스스로를 대상화한다. 시인의 자아엔 서로의 등과 얼굴을 번갈아 교차시키며 영혼의 나선을 빙글빙글 회전케 하는, 무의미한 반복놀이에 빠진 네 살배기의 잔혹이 있다. 이 시집은 그 천둥벌거숭이가 스스로의 모태에 손을 집어넣어 끄집어 올린 “땅속으로 뻗어가는/ 질긴 핏줄”(「브론테의 계절」)의 향연이다. 그러니 들여다보기 전에 “말하지 마라, 가슴으로 느낄 뿐”이라는 경구는 적절한 경고다. 자의든 타의든, 그리고 실재든 픽션이든, 상처와 미망으로 범벅된 타인의 가계(家系)를 엿본다는 건 그 자체로 치명적인 고통이 될 수도 있으니까. 그럼에도 고통은 늘 매혹과 미혹에서 발현되고 조장된다. 기꺼이 미혹의 미로에서 길을 잃고 싶은 자, 누군가의 상처에 키스를 퍼붓는 악마의 심정으로 입 다물고 가슴을 열고 심장을 단단하게 조인 채 춤출 준비.

-강정 해설, 「구렁이는 과연 자기 꼬리를 찾을 수 있을까?」에서


도서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