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리데이
저자 이병천
출판사 문학동네
발행일 2001년 10월 25일 발행
사양 312쪽 | 신국판
ISBN 89-8281-435-3
분야 소설집
도서상태 정상
가격 8,000원


도서소개

소재의 다양함과 흐름의 경쾌함,
삶과 사회를 바라보는 진지함을 두루 갖추고 있는 소설 미학의 진수


이제 그가 우리 생활 속에서 끌어올린 다양한 이야기 속에서는 연륜이 느껴지는 그윽한 맛까지 우러나오고 있어 우리의 삶을 아득하게까지 한다. 김용택(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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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리뷰

깔끔한 문장, 단단한 구성, 유연한 흐름, 마침내 삶을 아득하게 하는 그윽한 깊이
이병천의 소설집 『홀리데이』가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첫 단편집 『사냥』을 통해 이미 섬세한 언어 구사와 빼어난 문체의 진면목을 선보인 바 있는 그의 현란한 수사학은 이번 작품집에서도 유감없이 드러난다. 중편집 『모래내 모래톱』을 제외한다면, 첫 소설집 출간 이후 10여 년 만에 출간되는 두번째 단편집 『홀리데이』에서는 단단한 구성과 탄탄한 문체의 힘 외에도 삶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한결 여유롭고 깊어진 것을 느낄 수 있다. 생활 주변에서 끌어올린 다양한 이야기, 유연한 이야기의 흐름, 연륜이 느껴지는 그윽한 맛, 삶과 세계에 대한 깊은 사유와 천착이 11편 각각의 작품 안에 단단하게 응축되어 독자와의 긴밀한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

수사적 허구로 접근하는 진실

문학평론가 김만수씨는 미국의 수사학 이론가 리처드 랜섬의 말을 인용하며, 때로는 수사학적인 문체가 진지한 논리보다 더 정확하게 진실을 직시할 수도 있다는 관점에서 이병천을 호모 레토리쿠스(수사적 인간)로 분류하고 있다.

그는 서슴없이 거짓말을 하며, 때로는 그 거짓말을 즐긴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야말로 이병천 소설의 곁가지를 이루는 매우 중요한 요소들이다. 작가는 악어가 되어 소설 사냥감의 먹이가 될 만한 소재 근처에 아주 오랫동안 머문다. 그러나 소재가 포착되면 순식간에 이를 먹어치우고는, 그 포만감을 오랫동안, 아주 위악적으로 반추한다. 작가는 이러한 악어의 위악적인 어투를 빌려, 우둔한 진지함이 이르지 못한, 수사적 허구로서의 진실에 접근하는 것이다.

이러한 요소는 수록작 「가보지 못한 길」 「검은 달 흰 구름」 「그건 쉬운 일이 아니네」 등에서 보여지듯이 가증스러울 만치 위악성을 띤 인물들의 적절한 설정으로 표현된다. 이러한 곁가지는 작가 이병천의 창작론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데 "작가가 선택한 악어의 눈물은 위악적이고 허구적인 것이지만, 나약한 현자의 윤리보다 강한" 것이어서 작품 안에 강한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표제작 「홀리데이」는 서울올림픽이 있던 해, 텔레비전으로 중계되었던 인질 소동을 소재로 삼은 작품이다. 현장에 출동했던 형사의 시점으로 쓴 이 소설은 그 형사가 탈주범의 인질이 되었던 처녀와 후에 결혼한다는 설정을 더하고 있다. 이 작품 속에서 탈주범은 한 가족을 인질로 붙잡고는 엉뚱하게도 방송국과의 인터뷰를 요청하고, 나는 시인이다라고 말하는가 하면 급기야는 비지스의 <홀리데이>를 듣고 싶다고 외치며 죽음을 택한다. 형사와 결혼한 처녀는 결혼 후에도 불안과 상실감에 시달린 나머지 도벽(盜癖)을 보인다. 탈주범이 말하고자 했던, 그러나 전달되지 못한 진실을 아내조차 질병처럼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김만수씨는 이 점에 대해 "탈주범이 외친 대로, 세상은 유전무죄, 무전유죄이고, 그 아픔을 나와 아내가 서서히 공유하기 시작"했으며 이제는 "그 떨림과 아픔을 독자와 공유할 때"라고 말하고 있다.

「검은 달 흰 구름」은 바둑 고수들의 승부세계를 다루고 있다. 30여 년 전 최고의 고수였떤 자신의 수양 아버지로 하여금 바둑계를 떠나게 했던 당시 열일곱 살의 스승을 찾아 그의 여제자가 되고 결국 그와 타이틀을 놓고 승부를 벌인다는 내용이다. 작가는 이들의 치열한 대결을 두고 "바야흐로 두 마리 말이, 아니 거대한 두 마리의 흑룡과 백룡이 하늘 전체를 온통 뒤덮은 채 교접을 하기 시작한다"고 표현한다. 그 끈질긴 기다림이 마치 남녀의 교접과도 같은 상생의 조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작가는 "바둑은 이제 시작이다"는 말로 이 작품을 마감하고 있다.

한 여가수의 섹스 비디오 사건을 소재로 한 「백조들 노래하며 죽다」는 현실을 소설적인 허구로 가공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옮겨놓은 듯한 인상을 준다. 그러나 또다른 비디오를 찍었음에도 그것을 불살라버린 무명 시절의 매니저에 드리워진 작가의 시선은 풍문의 현실을 가로질러 인간 보편의 실존적 고독에 깊숙하게 가 닿는다.

「우리들 사이버 키드」는 미용실의 보조로 일하게 되는 남자의 사이버 섹스에 대한 이야기다. 말초신경의 전시장 같은 머리를 매만지고 손님들이 좋아하는 음담패설을 들려주며 미용사의 노하우를 익히는 나와 중학생인 미용실 주인의 딸은 과외공부를 빌미로 만나 통신상에서 섹스를 나누게 된다. 작가는 미용실 주인이 유혹하는 순간이나 그녀의 딸과 현실적인 접촉을 하게 되는 상황에서 재빨리 몸을 빼내는 나의 행동에 대해 "오랫동안, 인터넷의 음란 사이트와 사이버 섹스에 탐닉하는 동안, 이제 몸의 생화학적인 구조까지도 끝내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바뀌어버린 게 분명하"다고 말하며 자조적이고 비판적인 시선을 보낸다.

그 밖에 명륜동 좁은 자취방 안에서 일어난 이상스러운 사랑의 감정들을 창 밖의 은행나무로 환치한 「그 집 앞 은행나무」, 착하고 나약하고 무능한 서점 영업사원 나가 인정도 윤리도 찾아볼 수 없는 정 교수의 야박한 행동 때문에 해고된 후 뭔가 상징적인 복수를 하고자 꿈꾸다 결국 자살의 길로 가는 과정을 그린 「가보지 못한 길」, 여자를 유혹하는 방법을 설파해나가는 나의 자의식을 그린 「그건 쉬운 일이 아니네」, 이혼한 아내가 새로 사귀는 남자친구로부터 애인을 제거하기 위한 살인에 연루된 나의 이중심리를 묘사한 「삼각관계에 대한 한 믿음」, 서른이 되기 전에 인도를 가고 싶어하지만 서른이 되기 전에 자살하는 여자와의 만남을 그린 「서른, 예수의 나이」, 식물인간이 된 남편에 대한 살인 욕구와 고려장을 연관시킨 「어화 넘차 고려장」, 예전에는 호랑이가 제일 무서웠으나 현재는 자동차가 제일 무섭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자동차 한 마리」 등 이 소설집에는 세상의 이런저런 잡사로부터 진실을 캐내려는 작가의 매서운 눈길이 담겨 있다. 소설가 이청준씨의 지적처럼 "삶과 세계에 대한 깊은 사유와 천착이 없이는 불가능한" 작가의 각고의 작품들은 "우리 글동네에 매우 소중한 글자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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